본문 바로가기

책이놓인방

'그건, 사랑이었네' 이 책을 통해 너를 만난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마음을 다 털어놓고 나니 알 수 있었다.
세상과 나를 움직이는 게 무엇인지 보였다.
세상을 향한, 여러분을 향한, 그리고 자신을 향한
내 마음 가장 밑바닥에 무엇이 있는지도 또렷하게 보였다.

그건 사랑이었다.



8월초, 이 책을 처음 보았을 때 난 너를 떠올렸다
책 제목이 참 곱다고 생각하면서 이 책을 꼭 너에게 전하고 싶었다
우리가 모처럼 수화기를 들면 쉴새없이 수다로 토해내던 이야기가 사랑이었다
나이도 국적도 아무 상관없이 누구에게든 다 이 감정이 없으면 살맛이 안날거라면서...
부모님의 사랑, 형제간의 사랑, 친구간의 사랑, 이성간의 사랑, 이웃간의 사랑, 종교적 사랑 등등...
참 다양한 사랑의 모양과 느낌을 열거하면서 깔깔거리고 웃던 우린, 나이를 잊은 소녀였다

이 책을 들고 너를 만나러 가야지...
하고 나혼자 마음속에 계획했던 지난 주말이 지나갔다
곱게 포장해서 너한테 건넬려고 했던 책...
그러나 넌 꾸물거리던 나를 책망이라도 하듯이 기다려주지 않고 떠나버렸고, 남은 나는 너에 대한 미안함과 후회를 껴안은채 책장을 넘길때마다 짠한 마음에 울컥거렸다

우린
한비야씨처럼 원대한 꿈도, 이상도 없이, 그저 주변의 사람들과 오손도손 정을 나누며 조용히 살다가는 평범한 아줌마임을 가끔 한탄하고 아쉬워하면서 한비야씨를 부러워하고, 존경하며, 칭찬도 아끼지 않는 아낙이지만, 그렇다고 우리삶이 결코 부끄러운 생은 아니라며 서로를 위로했었지
그리고 우리딸들이 한비야씨처럼 살려고 한다면 동의할 수 있을까? 고민하기도 했었지

하늘아~~
한비야씨 그녀가 건강체크를 했다
의사가 결과를 알려주기 위해 불렀다
그녀는 병원에 가기 전에 무슨 큰병이라도 걸린 것 같아서 자신의 인생에 새로운 계획표를 짜며 고민했지만 결과는, 오히려 건강체크로 불안감을 해소시켰고 그녀는 120세까지 인생계획표를 다시 짜고 있었다
나는 어느새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120세?
70세까지 건강하게 살아도 우린 감사한 거라고 했었는데... 너무 짧게 잡았나?
전혀 예상치 못했던 부위의 암수술로 깜짝놀래켰던 너의 건강, 이후 극복된 듯했던 너의 또 다른 바쁜 삶은 재발을 불렀고... 넌 더운 여름날 가버렸다
가을은 슬프지만 생각을 차분하게 할 수 있어서 참 좋다던 너는, 가을이 오기 전에 서둘러 우리곁을 떠나버렸다
하늘아 이 책을 읽노라니 네가 마지막으로 나에게 무슨 말을 하고 싶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문득 든다
아무한테도 말하지 못한, 아니, 하지 않고 가슴에 품었을 무슨 이야기를 나한테 털어내고 싶었을지도 모를 이야기가 있었을 것만 같아서 나는 아쉬움과 미안함에 이 책을 읽는 내내 너를 생각하며 코끝이 찡했다

하늘아 이책은,
종교를 초월하여 자신을 위해 기도해주고, 사랑해주고, 관심가져주는 많은 이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면서, 지구촌 곳곳에 우리가 알지 못하는 수많은 어린아이들이 척박한 환경에서 제대로 된 삶을 누리지 못하고 너무나 어린 나이에 세상을 등지는 현장의 모습을 생생하게 그려내고 있었다
그리고 한비야씨는 또 다른 도전에 임하게 된 자신을 격려하면서 새로운 세상을 향해나가는 사람들에게 용기와 희망을 함께 나누기를 바라는 고운 마음을 담아내고 있었기에, 비록 너랑 나눌 마지막 책이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꼭 너랑 함께 하고 싶었던 책이었다
나는 한비야씨 책을 읽을때마다 느끼게 되는데... 사람마다 태어날 때 저마다의 각기 다른 크기의 그릇을 갖고 태어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단다.
이런 내 생각이 내 생의 변명과 위로랍시고 하게 되는 것인지 모르지만 말이야
하늘이도 참 책을 좋아했지 나도 좋아했지만 너만큼은 못읽은 것 같은데... 일년에 백권읽기를 거뜬하게 해내는 한비야씨의 부지런한 삶과 건강에 머리숙여지더라 뭐 책뿐만 아니라 두루두루 다 한비야씨를 흉내조차 낼 수 없지만 말이야
우리네 삶과 다른 삶을 아주 씩씩하게 잘 살아가고 있는 한비야씨에게 박수를 보내며 또 다른 도전에 좋은 결실을 맺기를 기원하면서 못내 너랑 함께 나누지 못한 이 책을 볼 때마다 너를 기억하련다...

나는 한비야씨 에세이를 통해서 너를 만나고 있었다
미처 너한테 전하지 못한 책이었고, 한비야씨를 참 많이 닮은 너를 떠올리며 맘 먹었을 때 바로 나서지 않았음을 후회하며 너한테 몹시 미안한 마음을 두고두고 되새기며 너를 잊지 않을 것을 약속하면서...
 
                                                                                        토토가 하늘나라에 있는 하늘에게

사용자 삽입 이미지

다시, 새로운 문 앞에 선
당신과 나에게

지금, 이 순간 새로운 길을 택한 후 잔뜩 긴장한 채 문 앞에 서 있는 사람이 있다면 이렇게 말해주고 싶다. 나도 지금 당신과 똑같은 처지이고 똑같은 마음이라고. 그러나 당신과 나 우리 둘이 각자의 새로운 문을 힘차게 두드리자고. 열릴 때까지 두드리자고. 힘들고 포기하고 싶을 때마다 나는 당신을 생각할 테니 당신도 나를 생각해보라고. 그래서 마침애 각자가 두드리던 문이 활짝 열리면 서로의 어깨를 감싸 안고 등 두드려주며 그동안 애썼다, 수고했다, 진심으로 축하한다는 말을 해주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