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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다한생각

감성의 벗으로 유일했던 친구, 하늘이가 떠났다...

약 7,8년전 쯤... 인터넷상에서 알게 된 친구가 있습니다.
그녀의 닉네임은 '하늘'이었고, 저는 '토토'로 만났습니다.
사는 곳이 달라서 자주 만날 수는 없었지만, 첨엔 채팅으로 나중엔 전화를 통해서 가끔 그녀와 저는 속내를 털어내는 긴수다를 통해서 우리는 더 친해졌습니다.

2004-12-01 어이~ 친구!!"
2006-12-03 따스한 마음담아 친구가 보내준 선물의 의미
2007/07/13 내 친구 하늘에게
2007/12/27 하늘~! 감성을 함께 나눌 네가 있음이 너무 고맙고 행복하다

글로 만난 우리들이 대화와 실제적인 만남을 통해서 글에서 느꼈던 성격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면서 서로 다른 점에 매력을 느끼며 우정을 나누던 그녀...
그녀였는데...
그녀가 떠났답니다
이승에서는 영영 보지못할 곳으로 그녀가 지난 12일에 떠났고 15일아침 발인이라고 알려주는 난생처음 들어보는 그녀의 아들목소리를 빌은 부고소식을 14일 저녁에 접하고는 어안이 벙벙했습니다. 좋아지고 있다는 소식을 철떡같이 믿었던 제가 그녀에게 더 자주 관심을 갖지 않았음에 늦은 후회를 하면서 허둥지둥 차시간을 확인하고 서둘러 그녀가 있는 대구로 향했습니다.

2009/02/03 암이 재발되었다는 친구의 문자메세지를 받고
2009/03/26 투병중인 친구 '하늘'을 생각하며

그녀나 저나 그리고 주변사람들이 각오는 하고 있었지만 이렇게 빨리 떠날 갈줄은 몰랐습니다. 배변곤란으로 고통을 겪던 그녀는 몇번의 항암치료 후 나아지고 있다고 했기에...

커다란 눈을 가진 그녀가 빈소에 차려진 사진속에서 저를 봅니다. 정말 미웠습니다.
 '밉다... 정말 밉다 하늘아~'
이 생각뿐이었지만 국화도 놓고 향불도 켰습니다. 두가지 다 놓으면 명복을 비는 마음이 더 진하게 닿기라도 할까봐서ㅠ.ㅠ 그리곤 무릎꿇고 앉아 무심했던 저를 반성하며 친구에게 정말 미안하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원망도 했습니다. 좋아지고 있는 줄 알았는데 사실은 악화되고 있으니 좀 와달라고... 솔직하지 않았음에 원망보따리를 속으로 풀어놓았지만 목놓아 울지 못했습니다. 그녀의 남편스타일을 익히 들어서 아는지라 교양있게, 교양있는척 하느라고 제 감정을 억누르며 약간의 훌적거림으로 눈물만 흘렸습니다. 소리내어 밉다고 정말 네가 밉다고 그리고 미안하다고 외치며 실컷 울어주고 싶었지만 참았습니다. 아니 의외로 잘 참아진 제가 놀라웠습니다.
그녀가 그랬습니다.
 '나 떠나면 슬퍼하면서 몇명이나 울어줄까? 토토야 너는...'
그러길래
 '나? 나는 절대로 안운다. 너네 부모님보다도 네가 먼저가는 불효녀가 뭐가 이뻐서 울어주겠니 난 절대로 안울고 욕이나 퍼부어 줄거다.'
그녀는 암투병으로 고생하다가 더운 여름을 못넘기고... 저는 바보같이 더운여름을 넘기고 만나러가야겠다고 마음먹었으니... 정말 후회됩니다. 자주봐도? 뜸하게 봐도? 어차피 후회는 남는다고 하지만... 예상했던 시간보다 더 빨리 떠났기에 그녀가 미웠고 슬펐고 안쓰럽고 불쌍합니다.

남편은 죄송합니다만 반복했습니다. 아주 여러번 머리숙이며 죄송합니다만...
그렇게 인사하는 남편은 딱 한번 뵌적이 있는데 저를 기억하고 있었습니다. 저도 할말이 없어서 죄송합니다를 따라 반복했습니다. 그리곤 연락주셔서 감사한데 저도 모르게 화를 내서 정말 죄송합니다...
아닙니다. 제가 미처 빨리 연락을 드리지 못해서 죄송합니다. 그리고 멀리서 이렇게 오시게 한 점도 죄송합니다. 그녀의 빈소앞에서 남은자가 된 우리는 서로 죄송합니다로 슬픔을 대신했습니다.

하늘!
정말 미운 짓 한거 알지.
나도 네게 미운짓 한거 알아. 자주 만나러 왔어야했는데... 정말 미안해.
돌아서는데 친정엄마를 만났습니다. 눈물이 왈칵왈칵 쏟아졌습니다. 이제 이밤만 지나면 떠나보내야 하는 그들은 애써 진정된 모습을 보이고 있는데 뒤늦게 나타난 제가 통곡할 수 없었던 자리... 터져버릴 것 같은 울음보를 겨우 억누르며 서둘러 나오는데 그녀의 남편이 한숨을 내쉬면서
 "하늘~ 하늘이라고 불리더니 결국 하늘로 먼저 갔습니다.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하면서 정중하게 머리를 또 숙이는 그녀의 남편... 아내의 닉네임 '하늘'에 대한 원망인지 한탄인지... 감정이 억제된 그분의 무거운 목소리가 얼마나 슬프게 들렸던지 더 지체했다가는 울음이 폭발할 것 같아서 자리를 떴습니다.
 '잘가라 지지배야. 지금 이 모습 보고 있제. 내일 발인때 나는 안올란다. 부디 하늘나라에선 아픈 고통에서 벗어나라. 친구야 정말 미안하다. 더 자주 연락하지 못하고 떨어져 산다는 핑계로 얼굴 더 보지 못한 미안함을 안고 사는내내 너한테 미안해하면서 널 기억할께. 기억속에서 사라짐을 서러워할 것같다는 너의 감성을 내가 기억하마. 잘가라 하늘아'
병원을 나와 밤하늘을 보니 현기증이 났습니다. 그러다가 결국 버스를 잘못타는 바람에 지하철도 버스도 다 끊긴 야밤에 제천~대구간 고속버스 이용료보다도 더 많은 택시요금을 치루며 친정집에 도착했고, 예고도 없이 야밤에 나타난 딸을 보고 울엄마는 무척 놀랐습니다.
 "엄마~ 아프다던 그 친구가 결국엔 떠났어요."
 "그래서 왔구나. 인명은 재천이라... 운명이 고것 뿐인 걸 어쩌랴... 나이가 아깝다."
쉰도 되기 전에 뭐가 그리 급했는지 사랑하는 많은 사람들을 두고 저와 감성적으로 유일하게 소통이 잘 되었던 친구, 하늘이는 떠났습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하늘보면서 자신을 생각하라고 닉네임을 '하늘'로 했다는 하늘이는, 사람들 기억속에서 자신이 잊혀지는 것을 서러워했습니다. 물에 비친 하늘이 더 슬퍼보입니다.

그녀와 저는 감성적으로 부부같다는 표현을 하고선, 우리 서로 징그럽다며 웃었습니다.
여자였지만 글을 통해 엿볼수 있는 감성의 소통부분에서 우린 부부같다고 했을 정도로 서로의 장단점을 너무나 잘 아는 사이였고 보완이 되어주는 조언을 서슴치않고 했으며 우린 서로 우리네 감성을 사랑했습니다. 그리고 전화기를 들면 그간의 쌓였던 민감한 감성부분을 아주 솔직하게 토해내면서 시간가는 줄 모르고 떠들었던, 아줌마지만 아줌마같지 않은 소녀처럼 메마르지 않는 감성을 소유한 여인으로 살고자 했던 우리입니다. 하늘과 토토는...
그녀를 위해 절대로 울지 않을거라 엄포를 놓았지만 그녀는 떠났고 저는 남았습니다. 남은 저는 그녀를 회상하며 눈물지을 것이며 때론 그리움에 힘들어도 하겠지만 그녀를 알았음에 감사하고 행복해할 것입니다.
그리고 아직도 믿기지 않지만... 그녀가 떠났다는 12일보다는 그녀가 수목장으로 묻힌 15일을 광복절과 함께 상기하게 되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