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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

남자애만 받던 나, 여제자가 더 좋아진 이유 제가 집에서 초등생 학습도우미로 활동한 지도 꽤 되었나 봅니다. 저보다 작았던 아이들이 성장하여 찾아오는 걸 보면서 새록새록 깨닫습니다.^^ 울아들 덕분에 얼떨결에 공부방샘이 되었을 초창기 때에, 저는 남자애들 위주로 받았습니다. 제가 옛 어르신들처럼 남아선호사상이 있어서 그랬던 것이 아니라, 남자형제들 속에 자란 영향탓인지, 여중고를 다녔음에도 불구하고 여자애들의 변덕이나 남을 흉보는 수다 등이 싫었던 저는, 선머슴같은 기질이 있어서 말도 많고 탈도 많을 여자애들의 푸념을 감당할 자신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혹시 못마땅한 점이 있어 꾸중을 하면 그 자리에서 쿨하게 훌훌 털어버리거나 불만이 있으면 저한테 직접 이야기하는 성격의 애들이 저는 더 좋았기에 남자애들과 잘 통할 것으로 여겼습니다. 그러나 이건 제.. 더보기
미행충동을 느끼게 했던 기숙사 룸메 언니 울딸 올봄에 대학 신입생이 되어 타지에 있는 학교의 기숙사 방 배정을 받을 당시만 해도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던 때가 생각납니다. 방배정표를 보니 2학년 선배랑 룸메이트가 되어 있었습니다. 우리모녀는 혹시라도 선배랍시고 군기라도 잡으면 어쩌나 하는 염려를 하지 않을 수가 없었지요. 배정받은 방청소를 마친후, 룸메언니가 나타나기를 기다렸습니다. 얼굴도 모르고 성격도 모르는 것은 룸메언니도 우리딸을 모르긴 마찬가지지만, 아무래도 학교생활을 첨 시작하는 후배쪽이 불리할 수 밖에 없기에 룸메언니를 만나, 안면도 트고 잘 부탁한다는 아부(?)라도 하고 돌아오려고 했지요. 그러나 이틀간의 기간 중에 그 선배는 다음날에 등장했고, 저는 끝내 우리딸과 함께 지낸 룸메선배를 모르는 채로 울딸의 기숙사 생활은 마무리되었.. 더보기
눈물로 쓴 편지들고 시어머니 산소찾아간 사연 가까운 거리에 친정이 있었다면 조르르 달려가 나도 홀로 계신 엄마한테 멋지게 한상 차려드리고 싶고 수다를 떨고 싶은 심정이지만, 그저 마음일 뿐... 한번도 실천하지 못한 못난 딸이다. 어버이 날~ 이 다가오면 내가 하는 일은, 전날에 형님내외분과 울친정엄마한테 통장으로 입금해 드린 후 전화로 안부하는 것으로 어버이에 대한 애잔한 마음을 되새기다 가슴앓이로 마무리하는 것이 고작이다. 예전에는 선물을 고른답시고 고민도 많이 했건만 용돈이 더 좋으시다는 말씀에 방법이 바뀌었다. 울남편은 조실부모하여 형님내외분의 보살핌을 받고 자랐다. 이런 남편의 처지를 고려하다보니 어버이 날이라고 해서 친정부모님을 따로 찾아뵙는다는 것이 왠지 모르게 미안했다. 그렇다고 형님내외분까지 직접적으로 찾아뵙고 챙기기엔 신혼때 겪은.. 더보기
제 생일날, 코끝을 찡하게 만든 딸이 보낸 감동 어제가 제 생일이었습니다. 어느 해 부턴가 제 생일이 되면 남편이 손수 쇠고기와 미역을 구입해서는 아침에 미역국을 끓여주기 시작했는데... 금년에서야 제 맛을 살린 미역국을 먹었습니다. "여보 맛이 어때?" 남편이 제게 묻습니다. "어~ 맛있어. 당신도 먹어봐요." "그냥 인사치레로 하지말고 진지하게 말해봐" "음... 진짜 맛있어." "정말? 맛없다고 하면 내가 안해줄까봐 괜히 맛있다고 하는거 아냐?" "끓이면서 안먹어봤어? 맛있다니까^^" "냉정하게 평가해. 맛없다고 해도 당신생일날 미역국은 내가 책임질테니..." "ㅎㅎㅎ 이번엔 진짜야. 진짜로 맛있어" "그동안도 맛있다고 했잖아." "내가 그랬나. 히히히 오늘은 정말로 맛있어요. 내말을 못믿겠으면 다음에 애들 있을 때 미역국 끓어서 애들한테 평가받.. 더보기
말년휴가 앞둔 아들의 편지를 받고서 병역비리는 심심찮게 불거져 나오고, 최근에는 그동안 위헌판결로 사라졌던 군가산점제 부활에 대한 논란이 도마위에 올랐습니다. 어젯밤 늦은시간에 벌이고 있는 토론을 보고 있자니 우리나라가 처한 상황이 갑갑하기만 했습니다. ★ 부활해야한다. ★ 안된다. 다른 지원을 모색해야한다. 저는 양쪽 다 좋은 의견이라고 생각하오니, 하루라도 빨리 결단을 내리고 적용이 되었으면 더 좋겠습니다. 아들을 군대 보내보니, 아들만 둔 가정은 억울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야 뭐 남매를 키우니까 덜 속상하지만... 어떤식의 보상이던 지원이던 해줘야한다는 생각입니다. 한창나이에 2년의 공백기는 완전히 다른 세상에 머물기 때문에 불리할 수 밖에 없기에 자식을 군대 보내고 싶어하는 부모는 없습니다. 울아들 신검받은 후 심적 갈등이 .. 더보기
남녀고교생이 펼친 수능100일 교환이벤트 일요일도 없이 등교하는 고3딸의 고충을 알지만, 스스로 넘어야 할 산이기에 애써 무관심하고 있는데... 어제는 하교한 딸의 표정이 아주 밝습니다. "엄마~ 엄마~" 무엇이 그리 급한지 들떠있는 딸을 보고 "딸~ 기분좋은 일 있었나벼?" "예. 이것 좀 보세요. 우리반에서 최고였어요.^^" 두서없이 본론만 이야기하는 딸의 뜻을 몰라 어리둥절하고 있는데 딸이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중학교때 남녀공학을 다닌 반친구가 낸 아이디어로 갖게 된 교환이벤트는, 수능100일을 앞둔 같은 처지의 고3 학생들끼리 격려하는 의미로 자매결연을 맺고 있는 남학교대 여학교로 같은반 아이들이 번호끼리 교환하는 형식으로 이루어졌답니다. 남학교에서 우리딸 앞으로 보내진 선물꾸러미를 열어보는 순간, 남학생의 자상한 정성에 무척 놀랐습니다.. 더보기
예민해진 고 3 딸에게 보내는 편지 깔끔하게 정리 잘하던 네 책상위에 흩어져 있는 책을 보노라니 눈물이 핑돌면서 '우리딸에게 말보다는 편지가 좋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 몇자 적는다. 최근 며칠간 아빠의 늦은 출근에 힘입어 너의 등교를 돕는데도 불구하고 지각을 하는 너를 보고 오늘 아침에는 아빠도 투덜거렸단다. "5분만 더 서둘면 좋을 것을..." 하시면서 말이야. 알아서 잘 하기에 참견하지 않으리라 마음먹고 가만히 지켜보고 있는 아빠 엄마의 속이 타들어가고 있음을 너는 아는지 모르는지... 아니면 너의 마음을 알아달라고 침묵으로 시위하고 있는건지 모르겠지만 늦은 시간 컴퓨터 앞에 앉아 있을 시간에 차라리 잠이라도 푹 잤으면 좋겠다는 것이 아빠 엄마의 마음이란다. '고삼'이 '고생'이란 말도 있지만 엄마의 이기적인 바람은 우리딸이 쉽진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