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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다한생각

시시때때로 눈물샘을 자극하는 막내동생의 빈자리

회사에서 단체로 건강검진 받을 때 외에는
병원이라고는 가본적이 없던 막내동생이
금년 여름에 예고없이 갑작스럽게 우리곁을
떠나버린 사건은 그야말로 큰 충격이었다.

이후로 엄마와 나는 전화기를 붙잡고 안부를
나누다가 서로 말없는 동생생각에 어김없이
눈물의 통화가 되고 만다.
그리고 이 충격은 시시때때로 나에게 우울한
기분과 더불어 혼자서 눈물흘리는 시간을
만들어 놓았을 뿐만 아니라 내삶을 자꾸만
되돌아보면서 내일에 대한 조급증을 만들어
놓은 계기가 되기도 했다.

막내를 떠나보낸.. 아니 아직도 헤매고 있는 나는 일기장같은 공간으로 이어오고 있는 내블로그에는
막내동생의 일을 노출시키지 않으려고 의식적으로 무진장 애를 썼는데... 이사한 엄마집을 지난 주말에
다녀온 후로 참는 것이 더 힘들어지고 있기에
 '그래 토해내자'
가 되어버렸다. 그리고 이글을 쓰는동안 오늘 오전에 주어진 나 혼자만의 시간에 속시원하게 펑펑 울수
있는 자유로운 시간을 누려보리라... (찾아주신 고운님께는 죄송하지만... 그간 슬쩍슬쩍 눈시울를 붉히다 참아버린 시간에 대한 통곡이라 여기고 이해해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녀석이 그리도 빨리 어처구니없게 우리곁을 떠난지가 이제 100여일이 조금 지났다. 앞으로 더 많은
세월을 견디노라면 녀석을 생각하는 시간도 줄어들겠지만 어느순간 문득문득 녀석이 떠오를 때면
머리속이 터져버릴 것처럼 아픔을 유발시킨다.

노총각으로 결혼도 하지 않은 상태, 재작년에 옛연인을 다시 만난 재회의 기쁨으로 결혼을 앞두고
있었던 녀석의 행복한 시간에 느닷없이 불청객이 찾아들 줄은 그누구도 예측하지 못했다.
한여름의 한기를 냉방병쯤으로 여기고 이틀간 끙끙앓다가 회사에 출근하여 일을 했다는 녀석인데
그날의 아픔은 녀석을 견디지 못하게 했는지 병원을 찾았다고 한다. 그리고 몇시간 후......
녀석은 준비할 시간도 주지 않은채 우리곁을 그렇게 너무나 어처구니없게 바삐 떠나버리고 말았다.
병명 '패혈증쇼크사'
일을 당하고 나면 깨닫게 되지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나? 할 정도로 우리들의 삶속에는 모르고
지나치는 위험한 요소들이 너무나 많았다. 다만 의식하지 못했을 뿐...

전화벨이 울린다......
막내동생이 갑작스럽게 떠나버린 충격을 전하던 작은동생의 떨리는 음성이 귀에 생생하기에 어느시간
어떤 전화든 벨소리가 예사롭지 않게 각인되어 나를 긴장시키고, 이 세상을 떠나는 날을 그 누구도
예측못하고 또한 태어난 순서대로 떠나가는 것이 아니기에 순서바꿔간다고 원망하던 엄마의 힘없는
하소연도 내가 사는 동안 내내 나를 아프게 괴롭힐 것이다.

새로 이사한 엄마집의 방 두개중 한개는 동생이 없음을 알리는 듯, 빈방인 채로 남아있지만 어느순간
 "누부야~"
하면서 덩치큰 녀석이 나타나서 나를 안아 들어올릴 것만 같은 착각이 들면서 떠올려지는 생각들을
빨리 빨리 지우는 노력이 필요했다. 그리고 엄마방 곳곳에 녀석의 즐거운 모습들이 즐비함을 보면서
아무런 말도 못하고 엄마의 마음을 느끼면서도 될수있으면 전화통화시에 일어나는 눈물의 시간을
만들지 않기 위해서 우리 모녀는 의식적으로 참 부단히도 노력한 시간이었다.
막내는 10년전에 떠나신 아버지를 대신하여 홀로계신 엄마에게는 남편같은 보호자였고,
집안의 하나딸로 자란 나에게는 보디가드같은 녀석으로 늦은시간 귀가할 때면 버스정류장에 마중나와
있다가 골목으로 접어들면 나를 번쩍업고 집으로 향했던 든든한 녀석이었기에 우리 모녀에게는 녀석의
빈자리가 너무나 허전할 수 밖에 없고, 차츰차츰 감당하며 살고는 있지만 시시때때로 밀려오는 녀석에
대한 그리움으로 엄마에게도 나에게도 힘든 시간일 수 밖에 없다.
든든했던 막내의 빈자리는 오빠도 작은동생에게도 충격으로 남아서 우리를 슬프게 한다.

'부모님이 돌아가시면 산에 묻고, 자식이 죽으면 가슴에 묻는다'는 말을 떠올릴 때면 엄마가 몹시
가여워져 엄청난 아픔이 밀려온다. 떨어져 있는 내아들이 가끔 나한테 보내는 문자를 보고 좋아라
하는 내 감정이 엄마를 떠올릴 때면 너무나 미안해지고 가슴이 아파온다.

녀석을 여름에 그리 허무하게 떠나보내고 나는 집수리를 감행했다.
녀석이 결혼하면 축의금으로 줘야지 하면서 알뜰하게 모았던 부분을 나는 과감하게 다 써버렸다.
뒷베란다를 트고 도배장판을 새로 단장하고 싱크대를 아주 좋은 것으로 교체하고...
일을 벌릴 때에는 중앙난방에서 개별난방공사로 우리 아파트가 전체적으로 시끄러우니까 한다는
명분으로 시작했지만 사실은 너무 허무하게 가버린 동생이 남겨두고 간 허전함과 차일피일 미루다가
후회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조급증때문에 서둘게 되었는데 이런 내마음을 숨기고 갑작스런 결정으로
집안이 어수선하니까 남편은 나를 걱정스럽게 바라보면서 집수리로 불편해진 환경을 푸념하기도 했다.

동생을 어이없게 보낸 이후로
나는 항상 지금하지 않으면 후회할 일이 무엇인가?
를 우선적으로 챙기게 되었고, 시시때때로 터지는 눈물주머니를 외면하려고 더 명랑하게 신나게
살고자 포장하면서 오늘도 씩씩하게 아무렇지도 않은양 미소지어 본다.


Daum 블로거뉴스
이글을 쓰면서 실컷 울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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