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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돈의교육

'삼성사건'에 대한 여고생 딸의 솔직한 생각

뒤늦게 깨달은 양심이었지만 용기있게 양심선언을 하고 나선 김용철변호사(딸의 표현^^)의 차명계좌 폭로로 인하여 삼성이 다양한 지역의 다양한 사람들 도마위에 올랐던 긴 여정의 시간이 차츰 마무리되어 가고 있을 즈음... 뭐 그래도 아직은 좀 더 삼성을 지켜보면서 간간히 의견들이 나올테지만...
우리 가족에게 직접적인 일이 아니기에 멋대로 말할 수도 있었지만 각자의 의견대립으로 열띤(?) 토론이 될까봐서 서로 말하지 않았던 삼성에 대한 생각을 어젯밤 100분토론 말미를 본 후에 처음으로 각자 드러내는 시간을 가졌는데요.^^ 

약간의 차이는 있었지만 우리 가족은 결론적으로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는 점이 다행스럽게 여겨졌습니다.ㅎㅎㅎ 남들에게 혹여 비판받을지 모르지만...
법에 어긋난 일을 한 것은 잘못이나 삼성 설립자의 집안으로써 경영권 승계에 대한 미련을 떨쳐버리기에는 쉬운 결정이 아닐 것이라는 주인의식(?)이 작용한다는 점에 다함께 공감했습니다. 그리고 한국사회에서 기업하는 정서상의 문제를 이야기하면서 일을 추진함에 있어서 로비를 하기 위한 비자금의 유혹도 이해된다고 한마디씩 했습니다.
남편과 저의 생각속에 고등학생인 우리딸의 생각까지 어쩌면 우리 부부와 비스무리했던지 너무 현실적인 시각을 가진 우리딸의 생각이 두려울 정도였습니다. 더구나 정직하되 온순하게 살기를 바라는 아빠와 엄마의 모습이 가끔 답답했다는 딸의 비판은 우리부부에게 크나큰 충격이었습니다.ㅠ.ㅠ

딸의 생각:
저는 이번 삼성일을 겪으며 해외에서의 신뢰까지 무너질까봐 불안했습니다. 삼성만 잘못한 것처럼 너무 몰아부치는 것이 싫었습니다. 우리 나라 대기업으로 삼성은 우리의 자랑입니다. 혼날 각오하고 솔직하게 말씀드리면 삼성은 나름대로 살아남을 궁리를 아주 교묘하게 잘했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비자금이니 승계하려고 주가조작했다느니 뭐 그런 것은 잘 모르겠지만 투명하게 정직하게 경영하기가 그리 쉬운 나라가 아니라는 점을 비추어볼 때에 그저 삼성이 불쌍할 따름입니다. 그렇다고 삼성이 잘했다는 것은 아닙니다. 그렇게 큰 문어발식으로 이쪽 저쪽으로 삼성맨 만들어놓았다는 기운은 특검이니 검찰이니 뭐 그런 것을 통한 수사내용을 봐도 눈치챌 수 있습니다. 다 뿌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지요. 심하게 말하면 대통령까지 삼성맨으로 만들어놓은 것 같은...ㅎㅎㅎ 어쩌면 그렇게까지 머리쓸수 있었는지 감탄할 지경이지요. 분명 잘못은 했으나 저는 정직하게 살기에는 무리가 따른다고 변명하고 싶습니다.

"딸~ 아까 그 삼성 두둔하던 교수님의 생각과 많이 닮았네^^"

아뇨. 비스무리하긴 하지만 전혀 달라요. 그 교수님 엄청 비난받을 것 같은 예감이 들어요. 아무리 우리 나라의 정서가 그렇다고 해도 방송에 나와서 그렇게 공개적으로 의견을 말했으니 말예요. 오히려 그 교수님의 의견을 역으로 생각해서 우리 나라의 정서를 치유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저야 뭐 삼성이 이왕에 잘못을 했으니까 제가 생각을 그렇게 맞춘 것이지 만약에 제가 기업을 한다면 삼성처럼 이런 저런 로비를 슬그머니하면서 법망을 피해보려고 머리굴리는 일은 못할거예요. 왜냐하면 엄마도 아시다시피 제 머리가 그렇게 좋지 않잖아요.ㅎㅎㅎ

"하나 더 물어보자. 그럼 삼성의 회장이 물러나고 아들이 해외로 근무지를 옮기고 하는 것에 대한 쇄신안에 대한 너의 생각은"
 
해외근무지로 옮기는 아들이 나중에 회장으로 등장할 것이라는 생각은 자꾸 들어요. 아빠 엄마라면 자녀에게 물러주고 싶지 않겠어요?ㅎㅎㅎ 이번에 회장님부터 시작하여 다함께 물러난 사장단은 차라리 물러나지 말고 그런 문어발식으로 비자금 조성하고 사람들에게 로비를 했던 회장님이 진정으로 잘못을 뉘우치고 경영혁신을 직접하여 국민들의 불신을 없애는 데 앞장서야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잘못은 했으되 감옥갈 사항은 아니었는지 모든 허물을 다 지고 물러나겠다고 인사하는 그 회장님의 모습이 비겁하게 느껴졌습니다.

에효... 한숨...
내딸이 저보다 더 강한 멘트를 날립니다. 학교성적은 그리 만족스럽지 못하나 야무지다는 면에서는 쪼꿈 앞서가는 우리 딸... '아줌마'라는 별명답게 너무 이른 어른세계를 맛보며 자라고 있는 것 같아 슬펐고, 우리 부부는 어른이랍시고 내세우게 되는 옳고 그름의 판단을 제대로 전달할 수 없는 모호함때문에 혼란스러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