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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돈의교육

여러분 가정에서는 누가 태극기를 게양합니까?

남편의 성화에 오늘의 포스팅이 '태극기'가 됩니다. 티스토리로 옮겨오기 전 다음블로그에 태극기와 관련된 글이 있기에 오늘은 일부러라도 태극기랑 관계없는 글을 쓰려고 했는데..,

아침에 일찍 일어난 남편이 저를 깨우며
 "여보, 오늘이 3.1절인데 태극기 달아야지."
 "주말이라 늦잠 좀 자려는데... 당신이 달면 안돼?"
 "애들 가르치는 샘이 모범을 보여야지.^^"
이불속에서 나오기 싫어하는 저의 마음을 아는 남편, 자꾸만 장난을 겁니다.
 "내가 해도 되고, 우리딸이 해도 되겠지만 그래도 샘이 직접하는게 보기 좋잖아^^"
 "여보오오오오~~~ 난 모범적이지 않아. 그리고 난 공식적인 샘도 아니고 그저 지식만 전달하는 사이비샘이니까 너무 치켜세우지 마세용"
 "애들한테 큰소리로 쥐잡듯이 하면서 그러면 안되지이... 우쨌던 애들이 당신을 부를 때 샘이라고 하니까.ㅎㅎㅎ"
 "당신이 뭐라고 해도 나는 조금 더 누워있을 테니까 먼저 일어나신 낭군님께서 하시와요^^"
 "정말 안 일어나? 블로거기자로써 우리 아파트에 태극기 달은 집이 몇집인지 궁금하지도 않아? 글소재로 참고하지 않을꺼야?"
에고고... 우리 남편 저를 이불속에서 나오게 하려고 유혹합니다만...
 "여보, 내몸이 조금 더 휴식을 원하고 있어요. 태극기는 아무나 달면 되지만 내몸의 휴식은 나만이 해줄수 있는 거라구요.헤헤헤"
그리고는 이불속으로 더 깊게 들어갔습니다^^
 "......"

금년 3.1절날 아침에는 가장 먼저 일어난 남편이 태극기를 달았지만, 남편이 저를 일어나게 하려는 성화때문에 생각해보니 태극기는 누가 달아도 달면 되고, 그 정신을 잊지 않으면 되는 것을... 언젠가부터 우리집에서는 국경일날 아침이 되면 으례히 태극기는 제가 달아야하는 것으로 되어있음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이건 아마도 남편이 저에게 비록 공부방샘이지만 교육적? 모범적?을 내세우며 은근히 제가 해야할 몫으로 만들어 놓은 것 같습니다. 그리고 저도 인식하지 못했지만 그렇게 하고 있었구요^^

기억을 더듬어 보면 결혼하기 전, 제 학창시절의 우리가정에서는 오빠, 동생과 함께 태극기를 걸었고, 결혼하여 줄곧 제 담당이 되다가 우리 애들이 좀 자란 초등학교 고학년부터 중학교까지 애들몫이 된 듯 싶은데... 애들이 고등학생이 되면서 그들 또한 오늘의 저처럼ㅋㅋㅋ 휴일날 늦잠으로 휴식을 해야하는 사정을 이해하면서 또다시 제당번이 되고 말았습니다.
 "딸, 학생인 네가 달면 안되겠니?"
우리딸 대답이 가관입니다.
 "우리집 분위기를 친구들에게 이야기해보면 우리집이 좀 별나다는 것을 느껴요. 친구 말로는 국경일이라고 태극기를 달아야지 하는 인식을 별로 안하더라구요."
 "그래서 너도 그렇게 살겠다고?"
 "그건 아니지만 태극기는 누가 달아도 달면 된다는 거죠 뭐 히히히"
 "맞아. 누가 달아도 달면 되는 것을 왜 우리집에는 꼭 엄마가 달아야하는 것처럼 그러냐구"
 "누가 엄마보고 꼭 달라고 했나요?"
 "오늘 아침에 아빠말씀이 그랬다니까. 늘 내가 더 많이 달았는데 말이야^^"
 "^^ 아빠가 장난친거죠."

딸과의 대화를 끝내고 밖으로 나가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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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끄럽지만 몇개동의 아파트 건물중에 그래도 좀 걸렸다는 우리동의 3.1절 태극기게양 모습입니다. 참 썰렁합니다. 재작년 우리 아파트에서는 ♡태극기사랑운동 전개♡ http://blog.daum.net/wittytoto/7422042 까지 했음에도 불구하고...

호호호^^
저처럼 늦잠자겠다고
혹은 귀찮다고 서로 미루지는 않습니까?
어른이나 아이나 먼저 일어나신 분이, 태극기를 다는 자유를 누려봅시다. 이 자유~~를 찾겠다고 우리 조상들이 엄청난 댓가를 치렀음을 상기하면서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