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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다한생각

새내기 대학생이 된 딸, 객지로 떠나 아쉬운 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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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말에 대학생이 된 딸을 타지에 있는 학교기숙사에 데려다 주고 왔습니다.
몇년전, 아들을 처음 타지로 떠나보낼 때와는 정말 다르네요. 그리고 아들이 집을 떠났을 때는, 그 자리를 딸이 대신 메워주었기 때문인지 불편하거나 아쉬운 점을 별로 느끼지 않았던 거 같은데... 딸이다 보니 아들과는 달리 염려되는 점이 많아 안부전화를 더 자주하게 될 뿐만 아니라, 딸마저 곁을 떠나고 나니 저의 일상생활에서의 불편하고 아쉬운 점이 드러나기 시작했습니다.

이런 점을 딸은 미리 예견하고 저에게 홀로서기를 강조했었지요. 예를 들면 컴과 관련된 불편사항을 느낄 때마다 딸에게 봐달라고 의지했던 일이나, 혹은 일상을 통하여 갈등하게 되는 부분에 대해서도 딸의 냉철한 조언이 저에게 많은 영향을 끼쳤습니다.
 "엄마, 내가 집에 없다고 생각하고 혼자서 해결하도록 연습해야져."
이럴때마다
 "너 그렇게 말하니까 꼭 네가 어른같다.^^ 엄마가 할 소리를 하네^^"
 "ㅎㅎㅎ 아무래도 엄마가 전화할 것 같아서 그러죠."
 "내가 알아서 할거니까 염려마. 뭐 이없으면 잇몸으로 산다잖아.ㅋㅋㅋ"

고등학생이 되면서부터 딸은 저에게 친구이자 언니처럼 조언자 역할을 참 잘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때로는 어미인 제가 도리어 딸의 걱정을 들을 때도 있었는데...
딸이 떠난 이틀 후, 우려했던 일이 발생했습니다. 서류를 스캔해야되는데 평소와 달리 작동이 되지 않으며 빨간불이 자꾸만 커지는 것입니다. 한번도 겪어보지 않은 일이라 난감했고... 딸에게 전화하게 되었습니다. 제 설명을 들었지만 딸은 직접 본 상황이 아니니까 어떤 조언도 해줄수가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어쩔수없이 디카로 서류를 찍어서 이메일로 보내면서 제가 하고자 했던 일은 마쳤지만 개운치가 않은채... 주말에 딸이 와서 해결해 주기를 기다리는 수 밖에 없었지요.^^
이렇게 의지해야할 일이 발생하였고, 딸이 떠나기 전부터 저는 열심으로 글올리던 블로그에 대한 의욕도 잠깐이나마 떨어졌던 경험도 하였습니다.
ㅣ. 2월말쯤에 블로그에 글올릴 의욕이 생기지 않았습니다.
컴퓨터 한대를 두고, 저는 저대로 딸은 딸대로 비슷한 시간대에 컴퓨터를 이용하게 되는 바람에 양보를 하다가도 아주 가끔은 서로의 시간에 맞추려다 쟁탈전이 벌어지기도 했을 만큼 열정을 가지고 제가 블로그에 임했었는데, 막상 딸이 떠나고 홀로 사용하게 되니 아무때나 시간만 허락되면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다는 여유때문인지...  아니면 제가 쓴 글에 대해 냉철한 판단을 내려주던 딸이 없어서인지...  나태해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로 인해 2월말쯤엔 컴퓨터를 떠나 있었다가 지난 주말 딸의 입학기념으로 구입한 컴퓨터가 딸에게 도착하지 않는 바람에 과제물을 하려고 집으로 온 딸이 컴앞에서 과제물을 하는 모습을 보노라니 슬그머니 살아나는 블로그 관심ㅋㅋㅋ
그리하여 딸이 다녀갔던 지난 주말이후, 나태해졌던 블로그 글쓰기의욕이 되살아났다는 참 희한한 증세였으며, 스캔을 거부하던 복합기의 이상증세도 딸의 손을 거치며 해결되었는데 너무나 어처구니가 없었습니다. 잉크가 잘못 끼워졌던 것입니다.
ㅣ. 옷가지수가 줄어들었습니다.
키는 딸이 저보다 더 크지만(바지를 입을 경우, 저는 높은 구두를 신고, 딸은 단화를 신고 입으면 됨.) 같은 치수의 옷을 함께 공유했던 딸이 객지로 떠나면서 옷을 나누다보니 입을 옷가지수가 줄어들어 불편함을 겪습니다. 이제껏 딸의 영향으로 젊게 입었던 옷이었건만 이제는 제옷과 딸옷을 구분해야할 때가 된것 같습니다.
ㅣ. 조언이 필요할 때에 빠른 도움을 받지 못합니다.
딸의 빈자리를 아쉬워할 줄은 알았지만 이토록 크게 와닿을 줄은 미처 몰랐습니다. 저는 걱정과 생각이 많은 반면, 울딸은 저의 이야기를 경청한 후, 저의 망설임과 갈등의 원인을 꼬집으며 아주 간단명료하게 시원한 답을 내리도록 도움을 많이 줬었는데, 최근에는 제때에 도움을 받지 못함이 참 불편하고 아쉽습니다. 고3 겨울방학의 긴 휴식시간에 저는 딸에게 너무 밀착된 삶을 살았나 봅니다. 우짜다가 어미인 제가 딸의 의견에 많이 의지하게 되다니... 가끔은 한심하다는 생각을 스스로 하게 되는 요즘입니다.

알게 모르게 서서히 파고든 울딸의 조언이 제게 큰 힘이 될 정도로 울딸한테는 불행하게도 너무 어른스럽게 성장했고, 저는 대견하면서도 감사하게도 울딸의 어른스런 성장이 감사합니다.
무슨 일을 하든지 같은 동성으로서 저에게 조언자로써의 역할을 했던 의젓한 딸이었던 지라, 나홀로서기의 판단이 쉽지 않아 망설일 때가 많아진 것이 참 아쉬운 점인데, 울남편은 애인처럼(?) 살갑게 굴었던 딸의 빈자리가 느껴질 때면 몹시 그립다고 하니, 어쩌면 제가 딸의 빈자리로 인해 느끼는 아쉬움보다도 더 애틋하고도 크게 느껴지는 것인지도 모르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