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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TV

'수상한 삼형제'의 도우미 눈물연기, 나도 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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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한 삼형제'의 둘째 며느리 도우미가 드디어 뿔이 났습니다. 지렁이도 밟으면 꿈틀한다고...  상식밖 시어머니한테 일방적으로 구박받는 것도 서러운데, 형님이라고 들어온 엄청난의 잔꾀연기로 점점 더 시어머니눈에 가시가 되고 있는 처지에 화가 난 도우미가 엄청난을 놀이터로 불러내 한판 붙었습니다. 그리고 이겼습니다.
 "앞으로 형님이 잘하면 나도 더 잘하겠으니 오늘 일은 잊고 잘 지내보자"고 화해의 악수를 청했고, 얄밉긴 하지만 엄청난이 좋아하는 토마토쥬스를 해주려고 장만해서 집으로 돌아왔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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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청난이 시어머니에게 놀이터에서 벌어졌던 맞장사건을 고자질해 시아버지를 비롯한 온가족이 모여서 진실 공방에 나선 거실모습을 보게 되었습니다.
 '또 당하면 어쩌나? 가엾은 도우미...'
하고 걱정하고 보는데... 뜻밖의 반격이 일어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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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절대로 그런일 없습니다. 시집와서 10년을 함께 살았는데 저를 못 믿으시냐"
며 도우미도 엄청난 못지않게 눈물연기를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놀이터 맞장사건은 엄청난의 자작극으로 마무리 지어져서 참으로 통쾌했습니다.
'이에는 이, 눈에는 눈'이거 별로 선호할만한 일은 아니지만, 매번 얄밉게 구는 엄청난에게 참으로 잘한 복수였기에 저도 모르게 도우미에게 박수를 보냈습니다. 늘 당하기만 하는 도우미가 불쌍했던 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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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청난의 자작극으로 곤란하게 만들어버린 도우미는 통쾌함을 나홀로 방에서 만끽하게 되고, 이후 엄청난 길들이기에 들어가는 도우미가 먼저 시어머니앞에서 연기를 하게 되고, 자신을 도리어 혼내는 시어머니앞에서 난감해진 엄청난은 도우미의 으름장에 태도를 바꿉니다.
도우미의 쾌거(?)를 더 극적으로 만들기 위한 작가의 의도겠지만, 그동안 너무 도우미가 불쌍하고 가여운 처지로 그려져서 드라마를 외면하고 싶을 정도였는데, 차츰 나아지는 환경으로 그려지고 있음에 기대감을 줬습니다.

도우미와 저의 처지가 다르고 방법은 다르지만 저도, 결혼 후 연기를 해본 적 있습니다.
나이차가 꽤 나고 또한 조실부모한 제남편과 시동생을 키우신 울형님을 시어머니격으로 생각하는데, 울형님과 같은 집에서 신혼살림을 차린 저를 앉혀놓고 형님은 거의 매일이다시피 당신의 결혼생활에 대한 신세타령을 늘어놓으시며 우시곤 했습니다.
20년이란 나이차와 세대차가 남에도 불구하고, 당신의 시대와 제 시대를 비교하시면서 눈물짓곤 하셨는데 새댁인 저로써는 어떤 위로의 말을 해드려야 할지 몰라 묵묵히 듣기만 했는데... 한두번도 아니고 빈번하게 일어나는 이 일이 저는 참으로 난감했고, 듣기 싫었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아무런 말을 할수 없었던 저를, 형님은 꽤 행복한 결혼생활을 하고 있는 것처럼 여기시며 저와 남편을 이간질시키는 듯한 언행까지 듣게 되었고, 계속되는 이같은 시간을 어떻게 줄여볼까? 궁리끝에 형님이 당신의 결혼생활에 대한 불만으로(결혼생활 불만이라기보다는 시대와 환경에 따른 불편함) 눈물지으실 때마다 저도 같이 눈물지으며 결혼한 후에 겪게 된 어려움에 대한 불평을 늘어놓기 시작했습니다.
이런 일이 반복되니까 형님이 동지애(?)를 느끼셨는지, 아니면 저의 불만쌓인 넋두리가 듣기 싫으셨는지 횟수가 확연하게 줄어듦을 느낄 수 있었고, 언젠가부터 형님의 신세타령과 눈물은 거의 사라졌던 거 같습니다.

어른들이 걱정할까봐서 힘들어도 내색하지 않고 참고 살아야함을 미덕으로 여겼던 저의 결혼생활은, 형님의 잦은 넋두리에 힘입어 힘들다는 표현이 쉽게 이루어졌고, 울형님의 눈물 못지않게 저도 눈물흘리며 사는 날이 많음을 형님앞에서 드러내게 되었던 그때를 떠올려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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