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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다한생각

설에 올케를 친정보내는 시누이가 되어봅시다

오후에 친구가 운영하는 가게에 볼일이 있어서 들렀다가 친구와 안면이 있는 사람들의 방문과 겹쳐서 우연히 수다에 동참하게 되었습니다^^ 가게를 찾은 사람들은 각각 다양한 직업을 가졌지만 주부인지라 오늘의 수다소재는 모레로 닥친 설에 관한 이야기가 주를 이루며 '장은 봐두었느냐? 음식은 몇가지나 하느냐? 맏며느리냐? 힘들지 않냐? 집으로 사람이 오느냐? 아니면 가느냐?' 등등...
이야기 중에 '친정엔 언제 가느냐?' 에서 딱 걸린 사람들이 있었는데, 한마디로 꿈같은 일이라는 것이었습니다. 옛날도 아니고 교통이 편리해진 요즘에도 이런 경우가 의외로 많다는 것이 놀라웠습니다. 기다리고 계실 친정부모님이 안계시다면 몰라도...

결혼 22년째지만 단 한번도 명절 연휴라고 친정에 가본 일이 없다는 이도 있었습니다. 맏며느리지만 분가하여 살면서 명절때면 시어머님이 아들집으로 오고, 아랫동서도 있지만, 동서가 도와주는 일이 맘에 안들어서 장보고 음식마련하는 것을 혼자서 다하고, 설날에 차례를 지내고 나면 오후에는 타지에 사는 시누이들(4명과 그에 딸린 가족들)이 어머니를 뵈려고 자신의 집으로 오기때문에 시누이들 대접하느라고 감히 자신은 명절이라고 친정에 가야겠다는 생각조차도 해보지 않았다고 해서 저를 포함한 듣고 있던 아낙들이 흥분하여 '그러면 너무 불공평하지요? 시누이가 아무말도 안하느냐? 자기들은 엄마보겠다고 명절날 친정으로 오면서 왜 올케는 친정가지 않느냐? 고 물어보지도 않느냐?' 등등... 당사자보다도 수다에 동참한 제 삼자들이 더 흥분하였습니다.
시누이면서도 올케가 되는 여성이 여성의 입장을 이해하고 배려해야함에도 불구하고 시누이라는 위치에서 엄청난 이기심을 즐기고 있다는 것에 놀라며 눈치없었던 예전의 제 모습을 떠올리며 반성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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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하여 몇년간 명절날 제가 들렀던 친정모습을 떠올려봅니다. 명절끝에 친정에 계신 부모님을 뵈려가면 분가하여 살고 있는 올케가 시댁이라고 와서 일하고 머물다가 저를 포함한 우리가족을 반기고서야 친정으로 가는 것을 보았습니다. 몇년간 저도 참 눈치가 없었지요^^
그러던 어느해? 문득 제가 도착할 때까지 친정에 머물고 있는 올케를 대하면서 미안해졌습니다. 그후, 저는 각자의 삶의 터전이 타지로 흩어져 있는 관계로 자주 볼 기회가 없기에 명절때나마 잠시라도 만나야한다는 친정부모님의 뜻은 알지만 저와 비슷한 세대인 올케들 입장에서 보면 모순으로 여겨질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친정엄마를 설득하여 제가 시댁에서 친정에 가려고 나설때면 엄마께 전화하여 올케들이 친정에 있으면 제가 불편하니까 얼른 올케를 친정으로 보내라고 하구선 나중에 친정에 들러서 편한 마음으로 머물다 돌아오는 시누이가 되었습니다.
그리하여 친정쪽 형제를 만날 기회가 줄어서 좀 아쉽긴 하지만 그래도 덜 미안한 쪽을 선택함에 있어서 후회는 없습니다. 이제 홀로 계신 어머니, 살아계실 동안은 엄마위주의 친정나들이가 되겠으나 엄마 돌아가시고 나면 혈연관계의 형제끼리 자주 못보았다고 해서 남이 되거나 서먹해지는 것은 아니니 꼭 명절때가 아니라도 기회를 만들려는 성의만 있으면 언제라도 실천할 수 있음을 알기에 명절에 시누이 가족들 대접하라는 식의 시어머니로 며느리의 눈총을 받는 친정엄마가 안되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저는 친정엄마만 뵙고 돌아옵니다.

시누이는 명절날, 친정이라고 시댁에 오는데 시댁에 머무는 올케도 친정에 가고 싶은 마음을 누가 헤아려야겠습니까? '시'자 붙은 글자만 봐도 놀란다는 결혼한 여성들의 하소연을 같은 심정으로 경험한 시누이가 헤아려준다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내자식 귀하면 남의 자식 귀한 줄 알아야지』하면서도 우리 나라의 시어머니들은 좀처럼 실천을 못하고 있는 부분이 내딸과 며느리입니다. 이러한 모순을 고쳐나가게 설득할 수 있는 사람은 시누이로, 그리고 친정엄마를 잘 이해시키면 된다고 생각하면서 같은 세대의 여성으로써 입장바꿔 생각해보는 배려가 아쉬운 사이입니다. 집안의 환경따라 다를 수 있을 것입니다만 적어도 시누이가 올케입장을 헤아리는 마음씀씀이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친정오는 시누이가 올케를 친정보내는 시누이가 되도록 친정엄마를 설득해보는 금년의 설이 되면 어떨까? 하는 생각에서 이 글을 올립니다.
바삐 사느라고 명절때외에는 좀처럼 만날 기회가 없다고 무조건적으로 어느 한쪽만 희생하라는 식은 불만이 쌓일 수 밖에 없습니다. 올케한테 대접받으러 친정오는 시누이가 아니라 친정부모님께 모처럼 대접하러 오는 딸이 되는 것도 좋은 모습일 것입니다.

여성이 여성의 입장을 더 잘 알면서도 너무나 이기적인 우리네 풍토... 우리 여성들이 바꾸도록 노력해 봅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