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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돈의교육

누드모델 가슴 쓸어올린 행동, 성희롱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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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교에 입학하여 오리엔테이션을 마치자마자 다음시간에 바로 누드수업을 했다는 블로거 라라원님의 경험과는 달리, 제 신입생시절에는 오랜 기다림이 있었습니다.
미대진학을 원하는 경우, 미술학원에서 여러가지 재료를 사용하면서 다양한 소재의 그림을 연습하지만, 누드화를 그릴 엄두는 감히 못내었기에(모델비용^^) 신입생 대부분은 그 시간을 학수고대했습니다.

1학년에게는 좀처럼 주어지지 않았던 누드수업이었지만, 3.4학년 미술실에서는 자주하는 수업임을 강의시간표로 접수한 소식통(이런 학생이 꼭 있지요^^)이 설치고 다니더니 선배와 부쩍 친해졌습니다.
그리고는 온갖 이야기를 신입생들에게 옮기기 시작하던 어느날, 여느때와는 달리 조심스레 소근거림으로 알리는 소식이 신입생들의 호기심을 더 자극시켰던 내용인즉, 3학년 누드수업 시간에 있었던 일입니다.

제가 다니던 학교에는 고정 누드모델로 쭈쭈빵빵한 미혼녀 한분과, 수업이 겹칠 때를 대비하여 스피어(보조)로 등장하시는 분이 몇분 있었는데, 미혼녀도 있고 기혼녀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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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은 보조모델이 누드화 시간에 화가 고야가 그린 '벌거벗은 마야부인'과 비슷한 포즈를 취했는데 교수님(남자)이 보시기에 만족스럽지 못하셨는지, 학생들이 보는 앞에서 모델분의 가슴을 쓸어올리셨답니다. 쓸어올린다? 이 표현이 맞는지 모르겠지만.
누드화 수업을 마치고, 학생들(선배와 신입생) 사이에는 교수님의 행동에 대해 의견이 분분해지면서 편이 갈라졌습니다.
그 시절에는 성희롱? 이란 표현이 없었던 때라, 한편에서는 '교수님의 행동이 이상야릇하다. 이해할 수 없다', 또 다른 한편에서는 '학생들의 좋은 그림을 위해 그럴수 있다' 로 나뉘어서 우리끼리 심각한 혼란을 겪었던 적이 있습니다.
더 나아가, 거부하거나 불쾌한 반응을 보이지 않고 묵묵히 포즈를 취하고 있어야만 했던 모델의 처지가 가엽다로 발전했는데... 며칠 후, 또 다시 들리는 소문에 의해 우리가 더 부끄러워하면서 놀랐던 이유는, 모델분은 아무렇지도 않다, 그럴수 있다의 담담한 반응을 보였기 때문입니다.

누드화 시간의 경험이 많았던 3학년선배들 사이에도 교수님태도를 이상하게 생각한 면이 없잖아 있었던 일이었으니, 누드화수업 경험이 한번도 없었던 순진한(?) 호기심(?)의 신입생들에게는 얼마나 충격적인 일이었겠습니까.
남녀학생을 불문하고 자신이 모델이 된 듯한 착각을 일으키며 한바탕 소동을 치루고 한참 뒤, 1학년에게도 기회가 왔습니다. 모두들 긴장한 가운데서도 모델이 나타나기 전에 쑥떡거렸음은 3학년 미술실에서 있었던 교수님의 행동이 관심사였는데 별일없이 수업을 마치고 우리는 긴장을 풀며 한숨을 내쉬었습니다.

교수님이나 모델은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한 것을 우리들이 괜스레 색안경을 끼고 본 것 같아 반성을 하면서도 개운하지 않았던 일입니다.

교수님이 취하신 행동을 요즘 표현에 빗대어 성희롱의 일종이라고 볼 수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