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꺼리찾아서

덤프차 발판위에 둥지튼 새


블로그에 글을 쓰면서 가끔 사진을 자료삼아 올리니까 남편이 나름대로 마음쓰고 있었나 봅니다.
어느날 특이한 것이 있다면서 따라나서라고 해서 오늘에야 짬을 내어 성능이 미흡한 디카를 챙겨 나서게 되었는데 이끄는 데로 따라간 곳은 시내에서 약간 벗어난 덤프트럭들이 즐비한 주차장이었습니다.



많은 덤프트럭 중에 특이한 광경이 숨겨져 있는 트럭의 발판모습입니다.
덤프트럭은 높아서 차안으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발판을 밟아야만 하기에 이렇게 만들어져 출고되고 사진은 운전석 반대쪽에 있는 발판의 모습입니다.



이쪽은 차의 왼쪽이며 운전대가 있는 곳이기에 기사분이 올라가는 문아래의 발판인 셈이죠.
근디 자세히 보세요^^ 오른쪽의 모습과 달리 발판쪽에 까만막이 있지요. 비밀은 이곳에 숨겨져 있었습니다.
남편이 알고 있는 나름대로의 설명에 의하면 발판 두개중에 위에는 신발을 벗어놓는 곳으로 이용하기 위해서 비를 피하기도 하고 또한 신발이 운전중에 떨어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조치로 차주인의 취향에 따라 단다는군요. 이것만으로는 설명이 부족해서 아낙이 물었습니다.
"차안으로 들어가기 위해 올라가는 이곳 발판에 굳이 왜 이런 설치를 하는데요?"
아낙의 질문에
"차안의 깨끗함을 유지하기 위해 실내화는 차안에서 신고 바깥에서 신는 신발은 차안에 두지않고 일부러 이런 칸에 벗어둔대."
남편의 대답이었습니다. 아낙에게 특이한 모습을 소개하기 위해서 나름대로 듣고는 준비많이 한 것같아서 웃음이 났고 고마웠습니다.

그럼 희한한 것은 무엔가? 하고 신기하다는 듯이 갸우뚱거리는 아낙이 재미있었는지 금방 가르쳐주지 않고 뜸을 드리던 남편^^ 드디어 공개!



제남편의 손이 찍혔군요^^
칸막이를 펼쳐보이는 곳에 있어야 할 신발칸은 아주 지저분한 자연물로 이루어져 있었지요. 자세히 보라는군요. 보이세요?



자세히 보시면 그곳은 새집으로 형성되어 있구요. 제대로 찍어보려고 애는 썼지만 그속을 찍는 카메라의 성능은 아낙의 맘과는 달리 희미하게 새들을 찍어서 만족스럽지가 않네요. 자세히 보시면 새끼들이 눈도 못뜬채로 살아서 꼼지락거리고 있음에 깜짝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지요.



이곳에 집을 짓고 새끼를 낳은 어미새는 어디에 있을까요?
넓다면 넓은 자연환경속에서 터전을 잡을 마땅한 곳이 없어서 이런곳에다가 집을 짓고 새끼를 낳을수밖에 없는 어미새의 사연이 무척 궁금하지만 대답해줄 대상이 없어서 답답했습니다. 세상에 차량 발판에 집을 짓고 새끼를 낳아 키우고 있었다니... 특이하게 여긴 남편에게 이끌려서 사진에 담았지만 걱정이 많습니다.



아무리 도시라고 하지만 조금만 벗어나면 나무와 숲으로 이루어진 산도 있는데 말입니다.

"어미새가 자기 새끼들이 이곳에 있다는 걸 어떻게 알고 찾아와요?"
"글쎄, 그거야 당신이 어미니까 더 잘알잖아. 뭐 냄새라도 맡던지..."
"그럼 이 차가 운행중이거나 아니면 기사분이 다른 곳에 세워두게 되면 어떻게 돼? 다 굶어죽는 거 아냐?"
"글쎄 그것까지는 모르겠는데 주변사람들 말에 의하면 이차가 운행을 안하고 그냥 서 있은지가 오래된 것 같더래. 그러니까 새가 이 근처에 날아다니는 걸 보고 이상하게 여긴 사람이 이모습을 발견하고 소문이 나서 나도 알게 되었지."
"이 차 주인은 알까? 모를까? 그리고 혹시 안다면 이 새집을 그냥둘까?"
"......"
"만약에 이차가 당신차라면 당신은 어떻게 할건데요?"
"치울까? 말까? 고민 무척하게 되겠는데... 당신이라면 어떻게 할래?"
"글쎄요. 일을 안할 수도 없으니까 차운행은 하면서도 치우지는 못할 것 같아요. 그러면서도 한편으론 새끼들이 먹이를 못먹어 굶어 죽을까봐 걱정은 또 되게 많이 하게 되겠지요"
"새집을 그대로 들어서 어미새가 냄새라도 맡아 찾아올 수 있도록 이 근처에 두면 안될까?"
"......"
좋은 해답도 없으면서 우리부부는 걱정만 하다가 끝내는 말문이 막혔고 사진만 찍고 그냥 돌아왔습니다. 이차의 주인이 나타나서 운행을시작하면 어떤식으로든 결론은 날테지만 알수없는 새의 미래에 근심을 남기는 애처로운 장면으로 일부러 사람이 새집을 지어주고 살도록 이끌어준다고 해도 이루지 못할 특이한 상황을 보고 가슴만 답답합니다.



차주인의 긴휴식에는 무슨 사연이 있는지는 모르지만 이런 장소를 선택할수 밖에 없었던 어미새의 심정은 어떤 마음인지 정말로 궁금하여 같은 새라면 그 어미새를 찾아 만나서 사연을 들어보고 함께 머리 싸매고 이 차량의 발판을 떠날 수 있는 해결책을 찾도록 도와주고 싶은 심정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