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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돈의교육

조각가의 개인작업장으로 사용되고 있는 폐교

어제 내린 비가 먼지를 깨끗하게 씻은 듯, 초여름으로 가는 연두빛 물결과 코끝을 스치는 바람의 신선함이 화창한 날의 볕과 함께 상쾌하기만 합니다.

컸다고 따라댕기는 걸 좋아하지 않던 딸이 오늘따라 선뜻 나서기에 남편은 지난번에 갈려고 했다가 늦은 시간때문에 안갔던 그곳, 주변에 또다시 만들어진 사극 드라마 셋트장으로 향했습니다. '연개소문'

평소와 다른 길을 선택하여 달리던 길에서 뜻밖의 장소를 보았습니다.
 "저곳이 뭐하는 곳이야?"
 "차 세워줄까?"
 "세워주면 나야 좋지. 어떤 곳인지 궁금하네요."

농촌의 분교가 폐교된 곳이었습니다. 그런데 입구에 조각상이 즐비하니 신기할 수 밖에 없어서 들어가 보게 되었는데...

어디선가 보이지는 않으면서 요란스럽게 개짖는 소리가 들립니다.

운동장에 있는 조각상들을 둘러보면서 들어가노라니

현관에 사람이 보입니다.
 "체험학습장입니까? 그리고 사람이 삽니까?"
히히히 어느새 늘어난 뻔뻔시런 주책의 아낙, 궁금한 거 물었습니다.
 "예, 우리가 살아요. 여긴 개인작업장입니다."
 "감사합니다^^"

나무에 아이들 그네가 나란히 달려 있습니다. 아이도 있나 봅니다.
언젠가 신문에서 본듯한... 예술가가 도시를 떠나 조용한 폐교를 찾아 내려와 여유있는 감성을 표현하기 좋은 작업장으로 이용되고 있다는 소식이 떠오릅니다.

운동장 한켠에 아주 오래된 그네에 참 특이한 의자가 매달려 있어 눈길을 끕니다. 불안해 보이지만 제가 앉아 보았는데 아직은 줄이 튼튼하더군요^^

 

두리번 두리번
바로 요녀석이 낯선 사람이 왔다고 목청을 돋구었던 주인공입니다.

나무 그늘아래에 앉아보는 잠시의 여유도 갖지 못하고 빠져나왔습니다. 개의 충실한 의무때문에^^

남편은 이런 곳에서 작품활동을 겸해 생활하는 예술가들의 삶이 부럽다고 합니다만, 저는 낮에는 괜찮으나 밤에는 적적함이 너무 무서울 것 같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