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혼돈의교육

호젓한 공원에서 느낀 어르신의 새로운 도전

의림지에서 물을 받아 농업용수로 사용되는 저수지로 알려져 있던 곳을, 시에서 생태공원으로 조성하여 시민들과 아이들에게 알려진 곳을 우리 부부도 둘러보는 여유를 가졌습니다.

 (사진제공/황소님)

이곳에서 볼수 있는 여러종류의 들꽃들과 물에 사는 곤충, 그리고 오리가족이 습지를 지키고 있었고 휴일이라 아주 고요했습니다.



사방으로 논이 펼쳐져 있는 들판의 중앙에 위치한 친환경 공원을 한바퀴 돌면서 식물과 곤충에게 시선을 빼앗기고 있는데 어디선가 아코디언소리가 울려퍼지며 우리를 유혹했습니다. 

 (사진제공/황소님)

(사진제공/황소님)

 (사진제공/황소님)

소리가 나는 곳으로 이동중 이 다리를 지나노라니 갑자기 어디선가 오리들이 줄지어 나타나더니 물위에서 줄행랑을 놓습니다. 고요했던 시간에 우리 부부의 발자국소리로 놀랐나 보다고 생각하니 미안했습니다.

아코디언으로 울려퍼지는 여러가요의 멜로디를 따라 발길을 멈추었더니 벤취에서 어르신 한분이 열심히 연습중이셨습니다. (가만있을 토토가 아니죠^^)
공원에서 흔히 뵐 수있는 할아버지들의 모습과는 너무도 달랐기에 지나칠 수가 없었던 까닭이 어르신과의 대화중에 나왔습니다^^

집에서 처음에는 조용히 연습하시다가 어느새 감정에 도취되어 소리가 점점 커지면 사모님께서 이웃에 피해갈까봐서 걱정하시며 이중창문을 닫는 바람에 아예 호젓한 공원으로 나오셔서 연습을 하신다고 하십니다. (이쯤되니 한달전 충주탄금대공원에서 사물놀이 연습하시던 실버사물단의 아주머니들 모습이 떠오르네요) 
어르신의 집근처가 공교롭게도 제가 지난 겨울철에 화투로 시간을 보내시던 노인들이 많이 계신 공원근처라서 그 공원에서 연습을 해보셨답니다. 어르신의 서툰연주지만 보고 들으시려고 모여드시는 할아버지 관객들의 호응이 좋긴 했는데, 같은 세대라곤 하지만 어떤 분들은 화투로... 방뇨로... 혹은 약주에 취한 보기 흉한 모습이 언짢아서 호젓한 장소로 이곳을 찾으셨다는 것입니다.
저 또한 공원에서 흔히 뵐 수 있는 걱정스런 모습의 일반적인 할아버지 모습이 아니기에 흡족하였는데 너무 멋진 분이셔서 제 블로그의 주인공으로 자랑하고 싶어서 어렵사리 허락을 받았습니다.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예전에 오르간을 잠시나마 해보신 경험이 있으시기에 아코디언의 건반을 다루는 것은 어렵지 않으신데, 왼손의 베이스 반주가 자유롭지 못하심을 답답해하며 악보를 펴놓으시고 3개월째 독학중이라고 하시는 어르신, 지금도 배울만한 곳이 있을까? 노인회관으로 혹은 지인들의 소문으로 물색중이라고 하시더군요.

가까운 지인으로부터 뜻밖의 아코디언 선물을 받으시고, 선물로 주신 그분의 팔순잔치 때 연주해 주는 조건으로 어르신의 열정에 불을 지폈다고 하시며, 나중에는 아코디언 연주로 봉사하고 싶으시다는 소망도 품고 계신 분으로 인터넷을 이용하시는 메일과 카페가 있으며 사진을 찍고 올리시는 것까지 직접하신다니 일반적인 할아버지하고는 다른 면모를 느끼며 존경스러웠습니다. 정중하게 연세를 여쭈었더니 웃으시며 살짝 일러주시기를
 "그건 숫자에 불과해~^^"
 "ㅎㅎㅎ"
옳으신 말씀이십니다.
(부족한 사진은 닉네임 '황소'(어르신의 닉네임)님이 이메일로 보내주신 것으로 보충했습니다)

사양하심을 설득하여 자연스럽게 담았습니다.
어르신의 새로운 도전의 노력이 멋지게 꽃피우시길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삶의 모습이 반듯하고 깔끔하게 다가와 아주 멋졌습니다.
노년의 삶에서 다양한 모습을 보이시는 분들을 보며 거리의 청소나 악기연주, 혹은 등교시간의 교통봉사로 밝고 건전한 일에 나서시는 어르신들의 모습을 통해 우리부부는 노년의 멋진 어른이 되어야함을 설계해보는 감사의 시간을 가져 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