뽑고 싶은 사람이 없다고 투표하지 않으면 비판할 자격도 없다면서 남편은 출근을 하면서 투표를 했고, 저는 오전에 공부방아이들 수업을 마친 후, 저처럼 미루고 있을만한 이웃아낙에게 전화를 걸었습니다.
"투표하러 가자."
"어, 난 했는데..."
"빨리도 했네^^"
"남편이 하도 함께 가자고 해서 일찌감치 하고 왔어."
이잉~~ 맥이 빠집니다. 추워서 집을 나서기도 싫은데 함께갈 사람이 없으니 투표소에 가기가 더 싫어져서 컴앞에서 머뭇거리고 있는데... 우짠일인지 남편이 평소와 달리 이른 시간에 퇴근을 해서는
"당신 투표했어?"
"아니."
"그럼 내가 태워다줄테니 얼른 해."
"안하면 안돼. 누가 되어도 나는 군소리 안하고 살텐데...^^"
미끄적거리고 있는 나에게 남편이 결정적인 말을 던졌습니다.
"당신이 자칭 블로거기자라면서 동참하지 않고서 무슨 낯으로 활동하려고 그래?"
"어. 블로거기자란 말이 왜 여기서 나와. 싫어하면서. 알았어요. 알았어."
남편이 던지는 블로거기자란 말에 움찔해진 나는 투덜거리던 푸념을 부끄러이 여기며 정신을 차리고 투표소에 다녀왔습니다.ㅋㅋㅋ
"누구 찍었어?"
"무효표 만들고 싶은 마음과 싸우느라 망설였어. 더이상 알려고 하지마요. 아휴 이럴때는 그 블로거기자가 참 부담시럽네^^"
종료시간 1시간전에 다녀오면서 보니 제 또래의 중년부부들이 간혹 보였고 그야말로 젊은이는 보이지 않았습니다. 우리 동네에는 젊은이가 별로 없는 탓도 있겠으나 관심 또한 별로 없을 연령대지요. 이런 이야기를 하니까 우리딸이 적극적으로 나섭니다. 자신은 투표권이 주어지면 절대로 기권하지 않을거라고^^ 두고봐야겠지요. 잘 지켜질지ㅋㅋㅋ
남편과 딸은 개표방송에도 무척이나 관심을 쏟습니다. 옆에서 웃음이 났습니다.
"엄마는 누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ㅎㅎㅎ 기적이라도 일어났으면 좋겠다."
남편이 거듭니다.
"안정적인게 좋지. 무슨 기적은?"
"세상이 좀 색다르게 바뀌었으면 좋겠어."
"그런 꿈을 꾸고 우리가 노무현정권에 목빼고 바라보고 있었잖아. 뭐가 색달라졌어?"
"ㅎㅎㅎ달라지긴 했잖아. 모든 부분에 양극화를 만들었잖아요."
"......"
기대치가 높으면 실망감도 크다지요. 그리하여 이번에는 확실하게 정권교체를 원했나 봅니다. 도덕적으로 문제가 많은 대통령일 망정 우리 나라의 많은 사람들이 그를 원했습니다. 좌파니 우파니 그런 표현들은 좀 사용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저 개인적으로 여당, 야당이란 표현은 소화가 되는데 왜 아직도 우리는 좌파니 우파니 하는 표현을 사용하면서 갈등구조를 가진 이념을 떠올리려 하는지 원...
이번 대선을 보면서 누가 대통령이 되던 간에 그리고 2위와 차이를 많이 냈다고 하더라도 잘나서 그리 된것이 아님을 겸손하게 받아들였으면 좋겠습니다. 당선자의 공약이 마음에 들어서라기보다는 정권교체하여 서민들의 각박한 삶에 활력을 불어넣어주기를 바라는 간절한 마음이 그에게로 향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5년전, 이회창과 노무현이 대선후보로 경쟁하고 있을 때, 누가 되어도 상관없이 우리 나라가 뭐그리 큰변화가 있을라구? 하는 막연한 생각이었었는데 5년이 지난 지금 되돌아보면 어지럼증이 생깁니다. 잘못한 것도 있지만 분명히 잘한 것도 있을텐데... 왜이리 어지럼증이 심하게 나는지.. 한숨이 섞입니다. 그리고 17대 대통령당선자를 보면서도 한숨은 섞입니다. 그리고 절망감을 느끼는 부류도 있습니다만 저는 희망을 가져보렵니다. 원하던 후보가 아니었다고 해도 더구나 이번 당선자의 전적을 보면서 도덕성이 무너졌다고 한탄하면서도 우리 나라의 유권자가 왜 이분을 뽑을 수 밖에 없었는지 이해하면서 다함께 보담고 앞으로 나아가야겠습니다. 제발 후퇴하지 않는 경제가 되기를 바라면서 그가 외친 경제대통령에 목을 빼고 쳐다보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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