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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TV

한국영화인 '워낭소리'에 한글자막이 삽입된 까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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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관에서 상영되기를 무척이나 기다렸건만 끝내 이곳 영화관에서는 상영되지 않은 영화『워낭소리』
타지역으로 원정가서 관람해야하나 생각중이었는데 딸이 정보를 알려줬습니다.
 "엄마가 보고싶어 하던 영화가 '워낭소리'예요. 그 영화 시에서 상영한대요."
 "시에서?"
 "시청홈피에 들어가 보세요."
 "으미 고마운 거. 이곳에 미디어센터가 어딨노? 그곳에서 상영중이라네. 딸 고마워."
 "장소는 구시청 건물이라고 들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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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사는 고장에 이런 곳이 있었다는 것조차도 모르고 있었으니 영화가 이곳에서 상영된다는 것은 당연히 모를 수 밖에요^^(소문을 늦게 접하는 저는 '형광등'입니다.)
시청이 새청사로 옮겨가고, 옛시청 건물을 깔끔하게 리모델링하여 자리잡은 미디어센터 방문은 딸 덕분에 이루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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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구에 닿으니 현수막이 걸려있었습니다.^^
처음엔 1월 31일까지 상영하려고 했었다가 저처럼 뒤늦게서야 소식을 듣고 달려오는 관객이 늘어나는 바람에 연장 상영으로 2월 7일까지 하루에 두번씩 상영으로 종영하려고 했던 계획을 또 다시 수정하여, 2월 말까지 오후 5시 하루 한번으로 연장상영을 하게 되었음을 전해들었습니다. 제천시민이라면 참고하십시요.
관람료가 영화관의 절반수준인 점이 참 감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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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센터에서는 매달 또 다른 영화를 상영코저 계획이 잡혀 있었음은 이날 처음 방문하여 알게 되었습니다.

'워낭소리'를 보려고 오신 관객들은 대부분 할아버지, 할머니, 그리고 청년기 아들 딸과 함께 동행한 제 또래의 중년이었으며, 친구분들과 함께 하신 할머니들이 영화를 보시면서 딱하다는 표현이 쉴새없이 흘려나와서 영화보는데 약간 지장을 받기도 했습니다.
제가 관람코자 찾았던 날에는 어르신들이 부쩍 많았던 관계로 어르신들께 꽤 인기있는 영화일 뿐만 아니라, 연령에 상관없이 가족영화로 모두 감상하기에 좋은 영화로 추천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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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큐멘터리식으로 만들어진 이 영화가 감동을 주면서 뜻밖의 인기를 누리고 있다는 무성한 소문에 들떠서 저는 어떤 감동을 받게 될까? 잔뜩 기대감을 안고 자리에 앉았습니다.

첫장면...
봉화사를 향해 계단을 힘겹게 오르고 계신 할아버지와 할머니 모습과 더불어 오른쪽 아래 보이는 한글자막?
 '한국영화에 한글자막이라니?'
의아하게 생각하며
 '굳이 왜 한국영화에 한글자막을 넣었을까?'
영화를 보면서 그 까닭을 찾느라고 생각에 잠긴 저는 고향이 경상도입니다.^^ 그리고 어린 시절, 할머니와 함께 살았기에 어르신들의 심한 경상도 사투리와, 더불어 경상도 특유의 어감은 마무리가 명확하지 않게 사라짐도 꽤 익숙한 탓에 스크린을 통해 보는 할아버지, 할머니의 대사(?)를 이해하는데 어려움이 없었던 관계로 미처 깨닫지 못했던 부분을 나중에야 깨달았습니다.
화면에 나오신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경상도 사투리를 사용하시는 것과, 또한 경상도 말의 마무리가 정확하지 않게 토막말처럼 끝나버리는 어감을 관객들이 이해하기 좋도록 삽입되었을 것이란 것을 말입니다.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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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보고 감동을 받은 사람들의 입소문을 타고 관객수를 점점 더 늘리고 있는 이 영화는, 농촌의 잔잔한 일상을 그리고 있습니다.

15년정도의 생명력을 가졌다는 일반적인 소에 비해, 기적에 가까운 마흔살의 생명력으로 할아버지 마음을 가장 잘 아는 충실한 일꾼으로 살아온 늙은소와 할아버지의 관계를 생각하면 침묵속에서도 서로를 의지하는 벗처럼 느껴짐이 참 감동적입니다.

연세도 많고 다리도 불편하신 할아버지의 건강을 걱정하는 할머니의 혼잣말같은 푸념은 소와 동급이 된 자신의 처지를 한탄하는 불만이 끊이지 않지만, 할아버지는 아내의 말에 좀처럼 대꾸하지 않습니다. 그래도 할머니의 넋두리는 계속되는 가운데, 할머니의 말뜻을 이해한 관객들은 웃음을 선사하는 여유의 포근함을 느끼며 노부부의 믿음과 신뢰가 요즘 젊은이들에게 귀감이 될 것임도 챙겨봅니다.

이런 할아버지가 늙은소의 워낭소리에는 민감하니 또 한번 웃지 않을수가 없습니다.

아주 가끔 할머니의 잔소리같은 걱정에 할아버지는 대꾸를 하는데... 중얼거림으로 아주 짧게 끝나버리는 할아버지의 말씀은 저도 이해하기 힘들어 한글자막에 시선을 던집니다.^^

이 영화는 동양화에서 느낄수 있는 '여백의 美'를 보는 듯한 꽉 차지 않은 빈공간의 여유로움을 느낄 수 있습니다. 남은 여백에 기대어 관객 각자가 느끼고 그려낼 감동의, 혹은 비판의 소재가 연령에 따라서, 상황에 따라서, 혹은 각자의 경험에 따라서, 다양한 감동으로 채워질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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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아버지의 자가용도 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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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실한 일꾼이며 친구입니다.

남들은 발달된 농기구에 의지하여 일을 하지만, 할아버지는 늙은소와 함께 밭을 갈고, 논을 고르고... 농약을 쓰지 않고 일일이 손으로 김매기작업까지 하면서, 소에게 자연산 먹이를 성실하게 제공하는 할아버지의 우직하고 부지런한 손길이 힘겨워 보여 그 애처로움에 가슴이 뭉클하면서도 존경스럽게 와 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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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기전까지 힘겨워하면서도 최선을 다해 할아버지 일손을 돕던 소의 일생을 보면서, 저 초등학교 시절 교과서에 등장한(요즘 교과서엔 없음) '소가 된 청년'이야기를 떠올리며 고단한 삶의 팔자를 타고난 소의 운명이 불쌍하게 여겨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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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을 생각하여 일을 접거나 줄여야 하는 할아버지에게 위기가 오면서, 주인에게 충성한 이 소도 도살장으로 갈뻔한 위기가 있었습니다.
우시장에 나온 이 소를 보고 흥정을 하는 사람들의 대화를 알아들은 양 눈물을 흘리고 있는 소가 저라면 그 배신감에 치를 떨었을 것 같습니다. 아무리 동물이라고 하지만... 우리 인간이 참 잔인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행스럽게도 사겠다는 사람이 없을 정도의 어처구니없는 높은 가격을 내세워 팔지는 않았지만, 마음에도 없는 일을 하려는 할아버지의 마음을 이해하면서도 잠깐 배신감이 들면서 과연 소도 할아버지 마음을 이해했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습니다.

마무리하면서...
활동성이 많은 개구쟁이 어린소년이 보기에는 지루한 영화입니다. 가자고 떼쓰는 어린 아들을 달래느라 제대로 감상하지 못한 젊은 엄마를 보았습니다.

그리고 이 영화를 본 친구들끼리 모여 한 염려는, '산골소녀 영자씨'와 '맨발의 기봉이'를 상기하면서 이 영화의 주인공으로 나오신 할아버지, 할머니의 일상이 알려짐으로 인해 훼손되지 않기를 바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