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꺼리찾아서

우리아들 육군으로 대대 입소하던 날

엄마~ 저 이제 군인아저씨 됩니다^^

입영전날인 어젯밤에 12월 3일 아들의 늦은 생일축하를 해주었습니다.
입영날만 아니었어도 지난 휴일에 우리가 아들이 있는 고장으로 갔을텐데...
여유롭게 계획할 수 없었던 입영날짜로 인해서 객지에 있던 아들은 어제까지
학교기말시험을 치르고 오후늦께 출발하여 밤에서야 집에 도착했습니다.
객지에서 자취하던 아들의 짐은 원룸에 그대로 둔채로 몸만 겨우 시간맞춰
나왔기에 다음 휴일에 우리부부는 아들의 짐을 챙기려 가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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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케익의 의미는 아들의 스무살 생일과 입영을 축하하는 의미로 준비되었습니다.
이런저런 이야기로 늦께 잠을 청한 관계로 아침에 늦잠을 자서 고등학교 1학년인
딸의 등교가 꽤 늦어졌습니다. 아마도 지각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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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의 입영일인지라 추울까봐 저는 마음이 무척쓰였는데 감사하게도 눈이 아닌 비가 내려서 날씨가 좀 푸근했음이 다행스러웠습니다만... 아들은 군생활에서 눈이 지겨워지기 전에 함박눈을 보고싶다고 투덜거렸습니다. 아들은 올겨울에 제대로 내린 첫눈을 보지 못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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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이 군대가는 날.
남편이 일을 미루며 용케도 시간을 잘 맞추어서 데려다줄수 있게 되었습니다.
갈까? 말까? 내내 망설이며 경험있는 엄마들에게 따라갈까? 가지말까?
조언을 구하면서 마음의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었는데... 결정적인 딸의 말,
 "엄마가 다녀오시면 글소재꺼리도 될거구요 무엇보다 단 한번뿐이니 꼭 가세요^^"
 
그리하여 따라나섰습니다. 왠일인지 아들도 말리지 않습니다.ㅎㅎㅎ
춘천을 향해가는 동안 왜이리도 터널이 많은지... 터널을 지날 때마다 군대 경험없는 제가 미지의 세계로 보내는 아들의 앞날경험에서 터널과도 같은 뚫린 쾌감을 맛보는 시간이 되기를 속으로 바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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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비게이션에도 나타나지 않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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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보충대가 춘천시에 들어서니까 보이기 시작합니다. 이른시간이라 여유가 좀 있어서 안심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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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반의 도시로 불리는 춘천에 자리잡은 소양강처녀 동상을 잠깐 보면서
 "우리 아들, 뭐 걱정되거나 불안한 마음이라도 있니?"
하고 처음으로 물었더니
 "아뇨. 남들하는것 저도 할 수 있겠지요. 훈련소에서는 별걱정이 없대요. 몸이 고달파서 그렇지 함께 입소한 사람들끼리 의지가 되어서 좋다는데 자대배치를 잘 받아야한대요."
 "네 친구들은 주로 어떤 곳에 배치되었는데?"
 "우리과를 써넣으면 대부분은 행정과래요. 친구들 보니까 행정과는 좀 편해보여서 그런지 군대같은 느낌이 덜하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그래서 넌 과를 안적으려고? 그래도 군댄데 사회보다 빡세겠지^^"
 "군생활에서 그래도 좀 빡센면도 경험해야하지 않겠어요. 엄마가 바라시는 점도 있구ㅋㅋㅋ"
 "아냐. 그때의 말은 진심이 아니야. 일부러 빡센데 찾을필요는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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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천에서 우리고장에 없는 인형극장을 보았습니다.
 "저곳에는 인형들만 출입하는 곳인가 보네^^"
 "엄마, 지금 설렁개그하세요.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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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붐비기 시작하는 걸 보니 도착했나 봅니다.
 "엄마, 저 이제 군인아저씨됩니다^^"
 "뭐어? 아저씨~!"
 "다들 그렇게 부르잖아요. 군인오빠라고 부르지 않아서 저도 불만이예요."

군인들이 인도하는 곳으로 주차를 시켜놓고 근처의 식당으로 들어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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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지도 않은 식당이 입영일을 맞아 손님으로 엄청나게 붐빕니다. 아들은 먹고 싶은 생각이 없다고 했지만 남편은
 "너 군인되기 전에 먹는 마지막 식사니까 꼭 먹어야 한다. 잘 기억해라"
아빠의 말에 어쩔수없이 식당으로 들어가 자리를 잡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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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천음식으로 유명한 닭갈비를 먹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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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1시까지 입소..
시간에 맞춰 이곳을 향하는 발길은 주인공보다도 객들이 더 많아 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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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 인해 운동장이 질펀해서 그런지 뒷편의 좁은 공간에서 간단하게나마 환영의 악대연주와 중창이 있었고 이어서 신병교육대로 옮겨지기 전의 3박4일일정으로 신체검사와 인성검사가 이루어지는 곳이라고 소개를 마친 후에 입소자와 보호자가 서로 엉키어 있다가 분리되는 시간입니다.
 "입소자는 각자 부모님께 인사하고 이쪽으로 나와서 강당으로 가고, 부모님께서는 아들을 잘 보내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아들을 보내면서 돌아서는 부모님들의 눈은 어느새 빨갛게 변하는데 저는 아들과 남편을 찾지 못해서 쩔쩔매다가 휴대폰통화로 겨우 찾아 짧은 포옹을 어설프게 했습니다. 아들이 하도 당당해서 저는 눈물도 나오지 않았고 오히려 잘하리라는 믿음이 더 생겨서 그동안 블로그에 아들생각을 쓰면서 걱정했던 마음들이 부끄러워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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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소자들보다도 더 많아보이는 보호자분들의 발길이 무거워보임을 느끼면서도 저는 우찌이리 평온할까? 요상한 마음이었습니다. 블로그에 글을 쓰면서 오늘 흘리게 될지도 모를 눈물을 미리 흘린 탓인지... 울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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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소자의 마지막 모습을 볼 수 있는 최후의 선에 서서 손을 흔들어주는 사람들을 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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뛰어내려갔더니 거의 마지막 입소자들이 강당을 향해서 뛰고 있는 모습이 들어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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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을 두고 훌쩍거리면서 뒤돌아선 엄마의 기다림은 남편이 차를 가지고 올동안의 시간부터 훈련이 시작되고 있었습니다. 군부대운동장에 세워둔 차량을 가지러 갈 수 있는 사람은 운전자 한사람으로 제한했기 때문에 밖에서 기다리고 있는 중입니다. 한줄로 쭈욱 늘어서서 떠나가는 차량속의 부모나 그 차량을 바라보는 우리네 마음은 다 같을 것입니다.
 "다시 만날 때까지 몸건강하게 잘 지내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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뿔뿔이 흩어진 그곳의 시간을 뒤로 하고 돌아오는 길에 휴게소에 들러서 진한 커피한잔을 구입해서 우리 부부는 나눠마셨습니다. 아들은 눈이 오기를 바랐지만 오히려 비가 내린 날이 제겐 안심되었던 아들의 입영장소를 다녀온 후기였습니다.

토토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