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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돈의교육

글짓기로 장학금받는 딸을 부담스럽게 만드는 선생님

우리 고장에서 초,중, 고등학생을 대상으로 글짓기 대회가 있었고 수상자 명단에 우리딸도 끼어있었습니다. 참 기뻤습니다. 학창시절에 글짓기로는 수상경력이 없는 저로써는 딸의 수상소식이 기특하고 자랑스러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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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 중, 고, 각각 장려상으로 6명을 뽑은 후, 교육청 대강당에 모인 많은 사람들 앞에서 본인이 쓴 글을 읽어야 하는 발표를 통해 상의 종류가 결정되는 발표대회 성격을 띠고 있음을 전하면서
 '어떻게 읽어야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있을까?'
며칠간 꽤 고민하기도 했던 딸에게 이 발표시간이 끝나고 받게 될 상이 결정되어 수상하고 보니 또 다른 고민이 생겼고 딸과 더불어 저 또한 수상에 대한 부담으로 말미암아 고민을 하고 있습니다.

수상이 부담이 된 이유를 통하여 저와 딸의 갈등을 읽으시고 지혜로운 조언을 부탁드리고 싶어서 이글을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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뜻밖에도 이번 수상은 부상으로 장학금이 주어지는 글짓기 발표대회였습니다. 그리하여 아이의 통장으로 입금이 되는가 봅니다. 어쩌면 요것이 문제의 발단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며칠전, 딸의 수상소식을 알리시던 담임선생님께서는
 "한턱쏘겠지. 당연히 한턱 내야지. 피자? 치킨?"
라고 하셨답니다. 선생님께서 그러지 않으셔도 수상한 입장에서 한턱내는 것은 당연하다고 여기고 있던 딸의 지금 마음은 무척이나 우울한 상태로 상을 받게 된 것이 후회스러울 정도로 부담을 느끼며 담임선생님과 마주침이 불편해서 학교가기 싫다고 할 정도로 심각한 상태입니다.

알고보니 대학원 공부하시는 선생님으로... 글을 올린 적이 있던 그 선생님이십니다.제자들의 과제물을 논문자료로 활용하신 선생님
이 일 이후 또다른 UCC과제는 두번이나 더 이어졌으며 그 당시 제가 상황파악을 제대로 못해서 수행평가와는 관계가 없다고 썼는데 수행평가 과제물로 다른 반과 같은 종류가 아닌 각기 다른 과제물로 평가까지 곁들임으로 인해서 아이들의 스트레스는 이만저만이 아니었다고 합니다. 오죽하면 어떤 아이는
 "우리는 당분간 선생님의 실험쥐로 살아야하나봐.ㅜ.ㅜ"
하면서 우는 애도 있었고, 학부형들이 전화로 항의하는 일도 있었다고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생님은 자신의 고유한 권리(?)를 그대로 적용시키며 오히려 전화로 항의했던 아이엄마와의 통화를 빌미로 그 아이를 불러서 엉뚱한 말로 위기사항을 변화시키는 바람에 아이들이나 학부형들 사이에는 이중적인 선생님의 모습을 아주 싫어하게 되었답니다.
죄송스럽게도 저는 딸의 담임선생님임에도 불구하고 한번도 뵌적이 없어서 이번 기회에 통화를 하던지 한번 찾아뵙던지 해야겠다고 딸에게 말했다가 혼만 났습니다. 딸도 역시 선생님을 싫어하니 더 문제고, 수상소식에 따른 한턱내는 일에 관해서는 절대로 나서지 말고 그냥 지켜만 보라고 해서 답답합니다.

수상자로 발표가 난 후 이미 교무실에는
 "우리반은 피자에 치킨에... 푸짐하게 먹을 일이 생겼습니다."
이 소식을 들은 다른 반 선생님께서 딸을 붙잡고 너희 선생님이 심하신 거 같다며 마음에 담지말고 공부열심히 하라시며 딸을 다독거리고 위로를 하신다고 합니다.
그리고 어제는 딸과 마주친 담임선생님께서 다짜고짜로
 "얼마 기부할래?"
 "예?"
 "학급에 얼마나 낼건데?"
나중에 무슨 의미인지 알아차린 딸이 침착하게
 "저는 부제인 부모님을 주제로 쓴 글이니 상금나오면 먼저 부모님께 한턱 낼것입니다."
하고 정색을 하니까
 "아 아 그렇지. 부모님... 뭐 그렇다고 정색을 하고 그러니 미안하게..."
 "......"

그리고 시간이 한참 흐른뒤, 교실에서 아이들이 전하는 말을 듣고는 더 질색하게 되었다고 하는데
 "낼름 그냥 넘어가지는 않겠지."
그러고도 여러말을 아이들에게 했겠지요. 선생님의 말을 들은 친구들도 흥분하여 무슨 선생님이 저러냐며 딸을 위로했답니다. 담임선생님의 치사한 압박(?)이 싫어서라도 한턱내는 일은 접고 싶다고 하는 딸... 그러나 친구들을 생각하면 멋지게 한턱내고 싶은 심정.. 그리고 자신의 이런상황을 이해하며 위로해주시는 선생님들께는 다 한턱내고 싶다는 우리딸. 딱 한사람만 빼고 내고 싶은데 그게 안될 상황이니 어쩔 수 없이 하게 되는 자신의 입장이 너무 싫다고 울기까지 하는 딸이 애처로와서
 "딸~ 걱정하지마. 그 장학금은 네가 가지고, 아빠랑 엄마가 알아서 할께^^ 이런 기회에 딸 자랑삼아 한턱낼께."
 "아니예요. 제가 글을 써서 수상하게 되었고 장학금을 받게 되어 생긴 일이니 제가 알아서 할께요. 담임선생님께서 그냥 가만히 계셨으면 좋겠다는 거예요. 안그래도 알아서 할텐데 너무 나서는 것이 싫어서 제 감정이 지금 엉망인 거예요."
 "그러니까 넌 빠지면 되잖아. 엄마가 알아서 할께. 수상하기까지 도움받은 게 없다고 해도 담임선생님이시잖아. 자신의 반에서 수상자가 났으니 기분 좋아서 그러는 건데 뭐 그걸 부담스럽게 느끼고 그러니. 자랑하고 싶어서 그러시는데..."
 "아뇨. 엄마는 저한테서 전해듣는 이야기니까 몰라서 그러시는데... 그 상황을 직접 겪어보시면 제 심정을 이해하게 될거예요. 상을 받기 전부터 선생님 마음대로 메뉴정하고 한턱내라고 하는 말씀이 완전히 압력같은 느낌... 그렇다고 이번 글짓기나 발표에 도움되는 조언한마디 없으셨을 뿐만 아니라 교육청에 갈때 잘 갔다오라는 격려한마디도 없었거든요. 아휴 너무 싫어요. 제가 스스로 한턱내어도 선생님때문에 내는 것처럼 여겨져서 정말 싫어요. 선생님 안계실 때 반아이들에게만 내고 싶은 심정인 거예요. 교무실에 계시는 선생님께도 내고 싶은데 우리 담임선생님만 빼고요...ㅠ.ㅠ"
절규같은 외침으로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드러내는 딸.
 "알았어. 안다구 그 심정... 그러면 엄마가 담임선생님과 상담 좀 해봐도 될까? 우리딸의 지금 심정이 아주 엉망이니까 더이상 건드리지 말라고 할께^^"
 "아뇨. 절대로 상담하지 마세요. 우리선생님 엄마랑 상담하고 난뒤에 또 어떻게 돌변하실지 몰라요. 이중적이라고 소문이 파다해요. 제 친구도 비슷한 경험해서 잘 알아요. 엄마는 절대로 나서지 마세요. 제가 알아서 할거예요."
 "딸~ 너무 심하다. 기특한 딸덕분에 부모된 우리가 한턱 내겠다는데 그것도 못하게 말리냐?"
 "절대로 하지 마세요. 제 문제니까 제가 알아서 할거예요. 모른척 하세요."
 "왜? 엄마가 하면 너는 스트레스 안받아도 되고 좋잖아. 선생님이 자꾸만 너한테 분위기 띄우는 걸로 봐서는 엄마가 해야할 것 같은데... 간접적으로 엄마에게 보내는 메세지 같은 느낌도 들고 말이야."
 "더어 싫어요. 저 혼자서 글써서 수상한 것이지 엄마가 한게 아니잖아요. 만약에 저 모르게라도 하실 생각하지 마세요. 그러면 저 정말 부모님께 실망할거에요.ㅜ.ㅜ"
 "아니... 혹시라도 우리딸이 선생님께 불이익이라도 당하면 어쩌나 해서리...."
 "그것도 싫어요. 수행평가에서 감정이 섞인다고 하면 선생님 자격도 없는거죠. 대부분 학부형들이 그걸 겁내는 모양인데 저는 절대로 그렇지 않아요. 아니 엄마도 그렇잖아요. 그런데 왜 갑자기 변해요. 한턱을 내던지 안내던지 제가 알아서 할거고, 더 중요한 것은 아직 장학금으로 나오는 상금을 받지도 않은 상황인데 미리부터 들뜨게 하시는 선생님의 행동이 너무 싫은 거니까 엄마는 모른척 하세요."
목소리를 높이며 제제하더니 딸은 감정이 북받쳤는지 통곡처럼 소리내어 웁니다. 우리 부부는 깜짝놀라며 뒤로 물러나야만 했습니다.

 "여보 어떡하면 좋겠어?"
 "그냥 둬야겠다. 딸 몰래 한턱냈다가는 학교안가겠다고 하면 어떡해?"
 "설마?"
 "당신이 딸을 자립적으로 키운다며 너무 믿어준게 아닌가? 하고 생각해봤어."
 "그러게 말이야. 쟤가 저렇게 세게 나올 줄은 몰랐어. 자신의 일은 스스로 하자...하고 했던게 반성되네."


몸무게

나의 몸무게는
어머니의 눈물 몇 방울로 이루어져 있다.
등불처럼 밤새워
아픈 머리맡 지키며 흘리시던
눈물 몇방울

일터에서 흘리시던
아버지의 땀방울도 얹혀 있고

선생님의 가르침
친구들과 나눈
따뜻한 얘기들도 들어 있다.

책이 들려준 말씀 몇 마디는
가슴의 무게를 더하고

나의 몸무게는 그래서
저울로도 달 수 없다.


한참후, 초등학교 교과서에 나오는 이 시를 딸에게 들려주며 많은 사람의 관심과 사랑으로 자라고 있음을 알리며 세상을 살면서 미운사람을 만들지 말았으면 좋겠다는 뜻을 전했습니다. 미운사람을 미워하다보면 어느새 자신도 그 미워했던 사람을 닮게 된다는 어르신들의 말씀을 전하며 최악의 선택으로 '미운넘 떡하나 더 준다'는 마음의 여유를 가진 딸이었으면 좋겠다는 우리 부부의 심정도 전했습니다.

딸의 말대로 글짓기수상의 부상인 장학금은 나오지 않은 상태... 나중에 나오면 어떡할지 다시 고민해서 알아서 하겠다니... 지켜볼수 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우리부부는 딸이 옹졸한 판단을 하지않기를 바라고 두루두루 인정을 나누는 여유로운 성장이 되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