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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다한생각

다음블로그를 폐쇄한 경솔함이 한심한 이유

 

 

새로운 도전에 몰두하느라 블로그에 소홀했다. 한참을 방치하다시피 하다가 가끔 생각나면 댓글란에 도배된 스펨글을 삭제하거나 메일을 확인하는 정도였는데... 3월 중순경에 도착한 뜻밖의 메일이 내 시선을 사로잡고는 무작정 긴장감을 던졌다.

제목이 '출석요구서'

열어보지 않아 내용을 모름에도 불구하고 머리카락이 쭈빗서는 전율을 느끼게 했고, 얼마나 당황스럽고 두려웠던지 감히 메일을 열어볼 엄두를 내지 못하고 복잡한 생각으로 며칠을 보냈다.

  "도대체 뭘까? 출석요구서라면 경찰서 같은 곳에서 보내는 것일텐데... 내가 뭘 잘못한 걸까?"

고민과 걱정을 하는 내 모습을 본 남편이,

 "괜히 고민하지 말고 메일을 열어봐. 그래야 뭔 내용인지 알고 대처하기라도 하지. 당신답지 않게 왜 그래?"

 "그래야겠지. 읽어봐야겠지."

 "당신, 경찰서에서 호출할 정도로 나 모르게 뭐 크게 잘못한 거 있어? 요즘은 출석요구서를 메일로 보내나? 세월 좋아졌네^^ 근데 웃긴다. 메일안보면 어쩌려고?"

남편의 말을 듣고보니 조금 용기가 생겼다.

 '메일 안보면? 글치. 내가 메일 안보면 어쩔거여 급하면 또 다시 보내던지 아니면 전화라도 하겠지...'

하는 약간의 베짱이 잠시 생기기도 했으나, 곧바로 자신감은 사그라들었고 메일은 계속 내 심기를 불편하게 했다.

  '꼭 필요하면 또 메일을 보내겠지. 그냥 넘겨보자.'

나는 메일을 열어보지 않은 채 삭제를 했고, 또 다시 메일이 오나 안오나 지켜보기로 했다.

편치 않은 나날속에 나의 상상력은 부풀어 올랐고, 그만 엉뚱한 일을 저지르고야 말았다.

그동안 드라마를 보고 가끔 그에 대한 글을 올릴 때 사용한 이미지가 떠오르면서 저작권에 휘말려 벌금을 물게 되었다는 상상의 결론을 성급하게 내리게 되었고, 고객센터에 문의해 볼 엄두도 내지 않은 채 다음블로그를 폐쇄하기에 이르렀다.

맘의 여유가 있었더라면 좀 더 알아봤을 텐데... 새로 시작한 다른 일과 겹쳐서 자꾸만 신경쓰임이 부담으로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로부터 약 열흘정도가 지났을까?

또 다시 배달된 '출석요구서'

예상해 본 금액보다 훨 많은 벌금형을 받게 되면 어쩌나? 걱정도 되었지만, 사정해서 깍을 수 있으면 깍을 각오도 한 터라, 이메일을 열어보기로 했다.

 '후덜덜,,,'

 

 

 

 

 

프로그램 PD**

뭐야? PD**

이름도 없이...

내가 뭘 어쨌다는 거야?

PD?, 방송국 PD가 아닌 다른 뜻이 있다는 건가?

서대문경찰서 사이버범죄수사팀 전화번호까지 적혀있는 이 메일을 보노라니 내 가슴이 마구마구 뛰어서 좀처럼 진정이 되지 않았다. 그즈음 마침 아들이 집에 있어서 이메일을 보여줬더니, 아들은 어이없는 웃음을 던지며

 "엄마, 이게 스펨이예요. 보세요. exe"

 "exe가 어쨌다는 건데?"
 "모르세요? 출석요구서라면 한글일테니 hwp가 붙는거예요."

인터넷상에서 이미 주의를 요하는 문제의 이메일이었음을 깨달으며 잔뜩긴장했던 가슴을 쓸어내리며 어이없는 웃음을 흘렸다.

 '출석요구서.exe'라는 첨부파일에는 금융정보를 빼내는 악성코드가 들어 있으니 속지말라는 내용으로 주의를 요하고 있었다. 그제서야 이메일에 적힌 빨간 작은 글씨가 눈에 들어오는 게 아닌가.

첨부된 아동음란물

'으이구야, 이 바보! 나랑 상관없는 글귀가 왜 진작에 눈에 들어오지 않았지...'

침착하게 제대로 알아보지도 않은 채 당황하여 블로그의 친정같았던 다음블로그를 폐쇄한 내 자신이 한심스러워도 너~~~~~무 한심스러워 경솔했던 내 행동을 탓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