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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맛집

객지에서 느끼는 거리음식에 대한 향수




젊은시절, 값도 싸고 양도 푸짐한 거리음식을 찾아 친구들과 자주 이용하던 먹자골목에 대한 추억이 있을 것입니다.
대구가 고향인 저도 젊은날에 자주 찾았던 교동 먹자골목에 대한 향수가 어느날 슬그머니 밀려올 때가 있습니다. 그럴때면 다짐을 하곤 하지요.
 '대구에 가면 꼬옥 먹자골목에 가봐야지.'
추억의 맛을 그리워하며 입맛을 다시곤 하지만, 정작 집안일(시댁과 친정)로 대구에 가면 여유시간을 확보하지 못하고 마음속에 그리움만 더 키우고 돌아오곤 합니다.
이런 저의 향수를 객지생활 만 두달이 되는 우리딸이 이해하게 되었노라며 거리음식 해결에 동행해 줄 것을 요청(비용부담)하기에 함께 나섰습니다.(지난 주말)

집떠나면 엄청 좋을 줄 알았다는 울딸, 오빠의 경험에 비추어 무척 들떴던 게 사실입니다. 그래서 제가 흔쾌히 객지생활을 밀어주었는데... 딸은 아들과는 달리 의외로 향수병에 젖어 있음을 느끼게 해서 살짝 걱정되기도 합니다.
3월엔 아들과 비교도 안될만큼 자주 집에 오기에, 자제하고 학교생활에 익숙해지도록 노력하라고 한 후 참은 것이 3주였습니다. 한달이 채 되지 못한 기간이죠.^^
 "엄마, 이번엔 학교기숙사 방역으로 기숙사를 비워줘야해서 그런거야^^"
 "누가 뭐래^^"
 "^^"
사용자 삽입 이미지
(제천의 빨간어묵은, 대구의 어묵과는 모양도 양념도 다릅니다.)

기숙사생활로 식사는 학교에서 해결하는 딸이, '당신이 해주는 집밥이 최고'라고 하던 남편의 칭찬이 빈말이 아니라면서 저를 추켜세우더니, 먹을 것만 챙기기로 작정한 아이처럼 아침. 점심. 저녁으로 나누어 무슨 음식을 언제 먹겠노라며 구체적으로 나열하는 딸의 모습이 황당하면서도 안쓰러웠습니다. 그 기분 저도 이해하니까요...
과일, 삼겹살, 닭갈비, 먹자골목의 떡볶이 순대 빨간오뎅 등등...
기숙사에서 주는 과일로는 부족하고, 사두고 먹으려니 저장할 곳이 없고... 맘껏 먹지 못하는 애로점을 호소합니다. 별다른 메뉴도 아니고 전국 어디에나 존재하는 평범한 메뉴임에도 불구하고, 자란 고장에서 길들어진 입맛때문에 충족감을 느낄 수 없는 것임을 저는 압니다.
딸과 함께 시내에 나갔다가 안면있는 딸의 친구를 여럿 만났습니다. 객지로 나간 아이들이 중간고사를 끝내고 돌아온 거리는 활기찼습니다.
 "우리 간식거리 먹으러 가는데 함께 가자 아줌마가 사줄께^^"
했더니
 "저는 어제 도착하자마자 친구랑 먹었어요. 얼마나 그립던지..."
딸과 딸의 친구는 객지에 나가 있으니 우리 고장의 거리음식이 무척 그립더라며 맞장구를 치면서 아쉬움을 토로했습니다.
우리고장은 싼가격에 양도 많다.
타지에서 먹는 음식이 입맛에 맞지 않는다.
우리의 환경과 달라 낯설다...
불만을 나누며 먹거리 향수에 젖어 회포를 푸는 모습
을 물끄러니 바라보았습니다.
 "언제 또 와서 먹게 될지 모르니까 많이 먹고 올라가~"
새내기 대학생이 된 그들이 나누는 대화를 들으며 어느새 저는 결혼으로 타지에 뿔뿔히 흩어져 사는 여고친구를 만날때마다 하소연하던 모습이 그려지고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