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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다한생각

남편이 노무현 전 대통령 분향을 외면하는 이유

서울에 있는 검찰청에 출두하기 위해 봉하마을에서 버스를 타고 이동하는 경위가 하루종일이다시피 중계방송 되었을 때, 우리부부는 무척 안타까워하면서 故노무현 전 대통령의 대쪽같은 성품을 염려하며 잠시 불길한 생각을 했었습니다.
그리고 며칠 후, 불길한 생각을 떨쳐버렸던 일이 벌어짐을 보고 소름이 끼쳤으며 죄스러웠습니다.

대쪽같은 성품으로 청렴을 부르짖으며, 끼리끼리 모여서 권력을 휘두르며 자신들끼리만 뭉치는 정치계에 새롭고 신선한 바람을 불어넣어 깨끗하고 맑은 열린 정치가 되도록 애쓴 노대통령으로, 어려움에 부딪혀도 피하지 않고 정면돌파하는 용기있는 모습에 박수를 보내면서도 너무 외로워보였던 그에게서 서민형 대통령으로써의 안쓰러움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더 기대했는지도 모릅니다.
사실 전직 대통령이 저질러 놓은 비리(뇌물)에 비하면 아니 권력층의 비리로 빗대어 표현하면, 정말 생계형 비리(뇌물)에 지나지 않지만 서민인 입장에서 볼때에는 전혀 부정를 저지르지 않을 것 같은 성품으로 보였기에 그 자리에서 물러났을 때도 길이길이 역사에 깨끗한 정치인으로 남을 것임을 확신했었습니다.
그래서 우리가 갖는 실망감은 더 컸는지도 모릅니다.
이런 분위기는 노대통령 스스로도 견디기 힘들었을 것이라는 추측을 해보면서 자존심으로 버틴 자신의 생에 오점을 남기게 된 것이 참기 힘들어 어쩌면 자살을 생각할지도 모른다고 우리 부부는 걱정했었습니다.

정치는 잘 모릅니다.

그래서 우리부부는 가정사와 부부소통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며, 권양숙여사를 탓하기도 했습니다.
일례로, 언론에 발표된 내용에 의지하여 노대통령은 모르는 일로, 자식사랑에 눈먼 어미가 남편이 추구하는 명예와 자존심은 살짝 뒷전으로 미루고,(방심) 욕심을 낸 탓이라고 원망의 마음을 나타내기도 했습니다.
그러다가 또 이런 생각도 해보았습니다.
설마 남편의 성질을 아는 아내가 남편 몰래 남의 돈을 탐내기야 했을까? 어떻게 감당하려고... 알렸겠지...(진실을 모르는 제 삼자는 남의 일로 멋대로 상상하면서 사실보다 더 크게 부풀리기도 하겠지요.)
부부가 의논하여 자식을 위해서 저지른 일이었다고 해도 창피한 일이고, 정말로 아내단독으로 저지른 일이었다고 해도 창피한 건 마찬가지일 것이니 정말 어떻게 해야할지 착잡할 것임을 짐작했습니다.

故 노무현 전 대통령은 정치인으로 보기 드문 인물이었습니다.
이런 그가 자신의 이름에 오점을 남겼으니 그 자존심이 오죽 고통스러웠을까...
하면서 우리부부는 염려했던 것입니다. 우리 남편과 너무도 닮은 부분입니다. 자존심에 관하여.
다른 점이라면,
노대통령은 진취적이고 적극적으로 자신의 뜻을 드러내보이며 상대를 설득하려고 노력하는 것이고,
울남편은 타인에게 한없이 좋아보이는 유연한 태도를 취해서 우유부단해보이지만 절대로 나약하지 않고, 자신을 함부로 대하는 상대에 대해서는 아주 단호하다는 것입니다.

분향소에 당연히 동행할 줄 알았는데 남편은 저를 데려다주기만 하고 분향을 외면하는 바람에 제가 좀 당황스러웠으며 놀랐습니다. 보수파니 진보파니 뚜렷한 성향을 나타내지 않는 충청도에서 태어나고 자란 남편은 정치적성향은 뚜렷하지 않습니다.
인물보고 좋아하고 믿으니까요.

헌화도 분향도 하지 않겠다는 남편의 태도는, 제가 알던 남편이 아니었습니다. 아주 단호하게 거절했기에 이유를 물어보았더니
첫째, 뇌물이던 비리던 간에 그런 일에 연루되었다는 게 불쾌하고 실망스럽다.
전직 대통령들이 보여준 그릇된 점을 뿌리치고 노대통령만은 자신이 청렴을 부르짖듯이 정말 깨끗할 줄 알았기에 실망감이 너무 크다는 것입니다.
둘째, 자살함으로 일을 덮으려고 한 무책임(?)한 점은 더 실망스럽다.
싫던 좋던 수치스럽긴 하겠지만 살아서 진실을 밝히고 그 용기로 잘못을 시인하고 기다리면 언젠가 심판이 내려질 때에 전직 대통령으로써 그래도 제일 깨끗했노라는 국민들의 칭찬을 기다리는 인내가 부족하여 그 괴로움을 극복하지 못하고 자살함으로 남은자들이 멋대로 추측하고 또 서로 지들이 잘났다고 남의 탓을 하게 만든점을 지적하면서 양론으로 갈린 국민들 여론을 더 들끓게 했노라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습니다.
셋째, 어떤 미사여구를 갖다 붙인다고 해도 대통령이 자살했다는 것은 수치다.
아무리 우리 나라가 세계적으로 볼때에 작은 나라며, 역사적으로 상처를 많이 입은 나약한 나라라 할지라도 대한민국이라는 이름을 지닌 독립국가인데, 대통령이 자살했다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라며 분향을 거부합니다.

그래도 나중에 후회하지 않겠느냐고 물었더니, 자신(남편)을 나쁜넘이라고 욕한다해도 노대통령의 갑작스런 자살이 던진 충격으로 말미암아 정부나 민심을 혼란스럽게 한 노대통령보다는 떳떳하다며 국민을 뿌리친 그의 행동에 배신감마저 느낀다는 남편에게
 "내가 볼때에 당신이 만약에 노대통령같은 입장이었더라도 자살했을 것 같은데?"
이 물음에 바로 답이 떨어집니다.
"당연하지."
"자살은 책임회피 같은 거라고 용서안된다며?"
"그러니까 높은 자리에 있을 때 정신 바짝 차려야지."
"만약에 나는 원치 않지만 남이 갖다주면서 사용하라고 한다면 어케?"
"이름 석자의 명예와 자존심을 중요시 여기는 남편이 지도자라면, 아내는 당연히 내조를 위해 그런 유혹을 뿌리칠 줄 알아야지."
"난 자신없는데^^"
"걱정마, 당신한테 뇌물이니 뭐니하면서 돈 줄 사람 없으니까.^^"
"여보, 그래도 다른 전직 대통령보다는 훨씬 훌륭하잖아."
"그건 맞아. 하지만 전직대통령의 비리를 본 사람으로 청렴을 부르짖으며 잘난척했으니 그에 맞는 행동을 했어야지. 그게 뭐야. 검찰에까지 불러가고 중계방송되고... 그래 당신말대로 다른 전직대통령의 비리에 비하면 정말 보잘것 없는 돈을 받았다고 해도 조사대상이 될수 있는 거고, 또 되었으면 의연하게 받아야지... 사나이가 강심장도 못되면서 잘난척은 얼마나 했냐. 괴로워하다가 자살이나 하고 말이야. 애들 보기도 좋은 모양새는 아니잖아. 더구나 자살한 대통령을 영웅으로 만들고 있는 지금의 분위기는 더 못마땅해. 자라나는 아이들이 따라할까봐서 겁이 다 난다."
"......"

故노전대통령의 갑작스런 서거로 인해 각 정당에서 일어나고 있는 여론을 더 짜증스러워하면서 남은 국민들의 여론이 어떻게 펼쳐질지 예상은 해보고 그런 길을 택했는지... 가족사 그리고 자신의 신병의 안일만 생각하고 책임없이 떠났다고 원망이 많은 남편의 실망감과 배신감은 수그러들줄 모릅니다.
제발 보수파니 진보파니 그만 외치고 조용히 화합하는 정신을 가다듬도록 노력하는 정치인들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나타내면서 노무편 대통령의 죽음을 부각시키며 정당의 이익을 챙길 것이 아니라, 화합하여 지역감정이니 각 정당의 이기심이니 뭐 그런것들을 내려놓을 줄 아는 올바른 정치인들의 모습을 기대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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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정녕 모르셨습니까?
당신을 향한 국민들의 마음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