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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맛집

문어와 갈비의 조합, 몸에 좋다고 뭉치면 맛도 좋을까?



지난 주말 청주 예술의 전당에서 공연한 '점프'를 보러 가면서 서두느라 미처 식사를 못했습니다. 예매권을 받은 후 점심을 먹기 위해 근처에 있는 식당을 찾아 나서던 중 눈에 띈 식당입니다.
청주 예술의 전당 정면을 기준으로, 뒤쪽에 위치한 호박넝쿨은 얼마전에 우리 고장의 맛집으로 홍굴부추칼국수와 볶음밥을 참 맛나게 함을 소개했던 토담집과 비슷한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었습니다. 간판에 소개된 메뉴를 보니, 시간이 좀 지체될 것 같아서 잠시 망설이는데, 울딸이
 "엄마, 저거 보여?"
 "뭐가?"
 "벽에 현수막."
 "으 저 집도 텔레비전 방송을 탔나 보네."
 "요즘은 웬만한 식당이 아니라도 방송탔다고 홍보하니 믿을 수 없지만 메뉴가 특이하니 궁금하네. 시간에 쫓기긴 하겠지만 먹어봤으면 좋겠어."


외벽에 걸린 현수막에는 언제인지는 모르지만 'KBS VJ특공대'에 소개된 식당임을 알리고 있었습니다. 우리 모녀는 두말할 필요도 없이 당연히 문어갈비를 먹어보기로 했지요. 


흙을 동글동글하게 빚어서 붙여 멋을 낸 벽입니다. 화단에 빛바랜 대나무잎이 좀 쓸쓸해 보였지만, 정감가는 건물로 음식맛도 우리 입맛에 딱 맞기를 바라며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식당 입구도 특이합니다. 규모는 작지만 아래엔 연못에 분수가 있고 다리를 통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들어서자 휴게실같은 공간이 먼저 나옵니다. 식사를 마치고 커피를 마시거나 사람을 기다리기에 좋은 장소입니다. 의자 등받이가 주변 인테리어와 약간 동떨어진 느낌이 들긴 했지만 전체적으로 참 운치있습니다.


흙벽과 나무벽 그리고 바닥은 돌로 되어 있고, 방마다 문이 있어 아늑하면서도 독립된 공간으로써 조용하긴 해도 숨바꼭질하는 것처럼 복잡하다는 생각도 들더군요. 2층엔 단체예약손님만 오르고 있더군요.


입구엔 이곳을 다녀간 유명인사가 싸인한 메모지가 코팅되어 액자처럼 벽을 차지하고, 우리생활의 옛도구가 장식품이 되어 공간을 채우고 있습니다. 

 


단체손님에겐 유리하나 우리모녀처럼 소수가 이용하기엔 긴방이 썰렁하게 느껴졌는데, 나중에 상만 떼어 같은 공간에 다른 손님과 함께하니 어색하더군요. 문과 가까운 곳에 앉았다가 다른 손님과 합석하게 되어 우리는 안쪽으로 이동하게 되었고, 우리상엔 인터폰도 없습니다. 각방마다 한 상에만 인터폰이 있었기에 다른 손님상과 가까운 상에 있던 인터폰을 이용하기가 좀 멋적고 불편하더군요.

 기대하며 기다리던 음식이 놓입니다. 주메뉴인 문어갈비전골이 뚜껑이 덮인 채 불위에 먼저 올려진 후 반찬이 차려졌습니다. 

 반찬도 맛도 평범한 중에 도라지무침의 매콤한 맛이 꽤 깔끔하게 와닿았습니다.

 문어갈비전골입니다. 문어와 갈비가 한냄비에서 익어갑니다. 빨간 양념이 아니라서 더욱 기대되더군요. 매운맛은 청량고추에 맡기고 국물의 시원함을 위해 무우가 듬뿍 들어가 있는 전골, 어떤 맛일지 매우 궁금했습니다.

냄비속의 내용물이 익자 종업원이 나타나 먹기 좋은 크기로 잘라줍니다. 맛을 봅니다. 문어는 문어맛입니다만 갈비와 같은 물에 섞여 익어서 그런지 문어 고유의 내음과 맛이 덜 나는 것 같더군요. 국물맛이 시원하고 매콤하긴 한데 해물만의 시원함과는 좀 다른 맛을 느꼈습니다. 솔직히 우리 모녀에게 흡족한 맛은 아니었습니다.
문어가 아무리 몸에 좋다고 한들, 그리고 소갈비가 아무리 좋다고 한들, 사람마다 취향이 다르기에 입맛을 다 맞출수는 없을 것입니다. 또한 몸에 좋다는 재료를 한꺼번에 다 첨가했다고 맛까지 다 좋아지는 것도 아닐 것입니다.

 문어와 갈비를 다 건져 먹은 후, 소면을 말아먹습니다. 기대했는데 별로...


국수를 말아 먹은 후에는 밥을 볶아 먹는 코스랍니다. 하지만 저희는 배가 불러서 이쯤에서 마무리를 하고 자리에서 일어나면서 소면은 잔치국수가 짱임을 우리 모녀는 입을 모았습니다.
 
갈비는 갈비대로, 문어는 문어대로, 따로 따로 고유의 맛을 느끼는 게 우리모녀 입맛에는 더 좋은 것 같습니다.
해물과 육류의 만남으로 문어갈비전골의 맑은 양념과의 조합이 특이하긴 했으나, 만족스런 맛은 아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