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영화&TV

쩨쩨한 로맨스의 다림이, 애자를 연상시키다

       

 '여유가 생기면 이층집 악당을 봐야지.'
하고 맘먹고 있었는데, 초등시절 울공부방을 거친 제자가
 "샘 보고싶은데요..."
하고 전화가 왔다. 반가움으로 만나 저녁먹고 영화까지 보게 되었는데, 고 3 수능도 끝나겠다 이제 성인이라고 우기며 19금 영화라는 '쩨쩨한 로맨스'를 보겠단다.
 "아이고야 그래도 되나... 나 불량샘은 너거가 만드는기라^^"
 "우리가 우겼으니 새엠은 염려마세요."
 "에라 모르겠다 얼마나 자유롭고 여유롭고 싶었겠냐 그래 보자."
이리하여 우리 일행은 유난히도 다정스런 커플들이 많은 무리속에 관람객으로 끼어 앉았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쩨쩨한 로맨스의 영화속 남자 주인공 정배(이선균)는, 그림은 잘 그리나 스토리가 지루하여 인기가 없고, 여자주인공 다림(최강희)은 성인잡지의 섹스칼럼니스트로 일하고 있지만, 그녀 역시 인기가 없다.
이 둘의 닮은 점은, 자신만의 세계가 뚜렷하다는 것과 나름 타고난 재능이 분명 있음에도 불구하고 인정을 못받고 있다는 점이다. 그러다 보니 전문적인 일을 하는 프리랜서로 요즘 젊은이들이 꿈꾸는 직업군의 종사자임에도 불구하고 백수같은 나날을 보내고 있음도 안타깝다.
그리고 종배는 아버지가 종배母子를 그린 그림을 찾아야하는 날이 점점 다가오고, 여러모로 능력을 갖춘 쌍둥이 남동생의 연애사업에 걸림돌이 되면서 무시당하게 된 다림은 동생앞에 떳떳한 누나가 되고 싶다.

처량한 처지는 비슷하나 성격은 전혀 다른 이 두사람이 상금 1억 3천만원이 걸린 성인만화 공모에 도전하여 이름도 알리고 필요로 하는 돈도 갖기 위해 뜻을 모으면서 좌중우돌 남녀의 스토리가 전개되는 이 영화는 솔직 대담할 뿐만 아니라 4차원 세계에 살고 있는 듯한 최강희씨와 이에 맞서 뒤끝있는 까칠남으로 나오는 이선균씨의 연기가 잘 어우러져 추천하고 싶은 영화다.

쩨쩨한 로맨스, 뭐가 야해서 19금이래?
의아했던 의문은 엉뚱한 데서 풀렸다.
흔히 상상하게 되는 배우의 바디가 아니라, 다림역을 맡은 최강희가 스토리를 옮기는 과정의 대사와 그 대사에 맞서 그려지고 상상되는 에니메이션이 야한 역할을 맡아 코믹함과 성을 담당하는 영화 쩨쩨한 로맨스,
연애사업의 기본은 밀당으로 다들 쩨쩨해지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남녀의 사귐에 앞서 일로 만나 입으로 야한 소리 다해 버린 후 연인관계로 발전하는 젊은이의 솔직함이 밝고 경쾌해서 좋았다.

다림이 천방지축 인물에 가깝고 또한 작가라는 설정이 영화 '애자'와 비슷하다 보니, 나는 애자가 다림으로 환생하여 화면을 채우고 있는 듯한 착각마저 들었을 정도로 쩨쩨한 로맨스를 보는 내내 자꾸 애자가 클로즈업 되었다.

ㅣ. 엉뚱발랄 솔직한 여주인공이 최강희며 직업이 작가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장르가 다를 뿐 글쓰는 작가라는 점에서 애자와 다림이 같다.
쩨쩨한 로맨스에서는 섹스칼럼니스트에서 스토리작가로, 애자에서는 소설가로, 그리고 별로 인기가 없다는 점도 비슷하다. 비록 애자는 학창시절엔 잠시 유명세를 타긴 했다.
고등학교 시절 ‘부산의 톨스토이’로 이름을 날렸던 박애자. 소설가의 꿈을 품고 서울로 상경했지만 고리짝적 지방신문 당선 경력과 바람둥이 남자친구, 산더미 같은 빚만 남은 스물 아홉으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ㅣ. 목소리 높여 티격태격 다투는 인물이 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정배와 스토리를 엮을 때마다 다툰다. 다소 무거운 감이 있는 정배와 가벼움에 방방 날고 뛰는 천방지축 다림과 정배의 다툼을 보노라니 애자모녀의 격렬했던 감정발산이 떠올랐다. 애자엄마가 병에 걸렸다. 모녀는 여행을 떠나고 여행길에서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고 애잔해한다. 정배와 다림의 작업을 컨닝하기 위해 도청하던 정배친구의 배려로 여행을 떠난다. 그 길에서 오해를 풀고 서로간의 이해와 배려가 싹트는 것도 비슷하고, 여행지에서 소주잔을 곁들이는 것도 닮았다.

ㅣ. 노트북을 펼쳐놓고 스토리를 만드는 일은,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는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노천카페에 앉아 커피를 마시며 정배와 스토리를 엮으려 대화를 나누는 다림이 입에서 나오는 주인공들의 섹스신이 너무 적나라하고 솔직하다. 노트북을 펼쳐놓고 남의 시선 아랑곳하지 않는 다림이는 애자가 엄마 병실을 지키면서도 수시로 글을 쓰려 노력하던 모습을 연상시켰다.

ㅣ. 남매고 친구지만 소외감을 느끼게 하는 이가 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다림에겐 여러모로 능력을 갖춘 쌍둥이 남동생으로 인하여 나름 마음고생이 심하다. 연애사업이 바쁜 남동생으로 인하여 잠까지 마음대로 청하지 못하는 고통의 밤을 보내는 무시를 당한다.
애자에게는 약간의 장애가 있는 오빠만 편애하는 엄마로 인해 혜택을 누리지 못하고 산다는 불만이 있다.

ㅣ. 그들의 도전이 성공의 결실을 맺는다.
애자의 도전-신춘문예 당선이 되고 베스트셀러가 된다.
정배와 다림의 합작품도 성인만화 공모전에서 대상을 받는다.


ㅣ. 젊은이들의 개방적인 성문화
사용자 삽입 이미지

애자는 남친에게 채이지만 혼전관계가 있었고, 다림은 전혀 경험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스스로 경험한 여인처럼 자신을 포장한다. 그리고 다림의 친구(류현경)와 남동생()을 통하여 섹스를 즐길거리로 여기는 개방된 성의식을 엿보면서 우리때의 혼전경험은 결혼으로 이어지던 인식과는 다른 성문화를 요즘 영화에서 자주 보게 된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영화 '애자'의 애자도, 그리고 쩨쩨한 로맨스'의 다림도, 남에게 인정받지 못해 기죽어야 할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충만한 자신감을 잃지 않는 통통 튀는 매력을 지닌 캐릭터로써, 서슴없이 쏟아내는 솔직한 대사에서 유쾌함을 느끼게 한다.
대사와 에니메이션으로 표현되는 부분이 야하긴 하지만, 코믹스러움이 던지는 경쾌함이 있어 기분전환용 영화로 추천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