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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TV

'방자전', 춘향문화선양회측에선 상영중지 요청할 만했다


이성간의 애틋한 연애감정을 제대로 경험하지 못한 불행한(?) 나의 청춘탓인지 모르겠지만, 나는 남녀간의 혼전관계를 탐탁하게 여기지 않는 사고를 지닌 여자인지라, 사정상 결혼식을 뒤로 미루고 동거로 시작하는 남녀를 이해하기란 정말 힘들다. 21C를 살아가고 있는 요즘 젊은이들의 성문화가 아무리 개방되었다고 해도, 나는 우리 아이가 그 물결에 동승하지 않기를 바라는 어미다.

학교에 입학하기 전부터 나는 할머니의 구전을 통해 춘향과 이도령에 대해 어렴풋이나마 알고 있었다. 할머니는 이도령과 춘향이가 사랑한 사이였고, 이도령이 과거시험을 보러 한양길에 오르며 헤어졌고 변사또의 수청거부로 감옥살이하게 되는 고초를 당함에도 불구하고 절개를 지킨 여인이라 하셨다. 어린 나이에 남녀간의 사랑이 뭔지는 잘 몰랐지만 할머니가 춘향전을 마르고 닿도록 하실적마다 말미에 강조하신 말씀이 있었는데, 남자나 여자나 몸가짐을 조심해야한다는 주의사항이 막연하게나마 새겨졌다.
뜻은 잘 몰랐지만 그 영향탓인지 내 중등시절 책으로 춘향전을 만났을 때, 결혼식도 올리지 않은 춘향과 이도령이 관계부터 맺었다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내 생각과는 달리 춘향이와 이도령의 사랑이 아름답게 승화된 이유는, 어린 나이에 맺어진 관계였을 뿐만 아니라 양반집 규수도 아니고 기생의 딸로 변사또의 유혹을 거절함으로 옥살이를 감당하면서도 기약없는 세월동안 오직 한사람을 가슴에 품고서 그 사랑을 지키고자 한 절개가 높이 평가되었기 때문으로 여겨진다.
그리하여 춘향은 열녀로써 존경받는 인물이 되었고, 그 얼을 기리기 위해 이야기의 배경이 된 남원에서는 춘향이란 이름을 내걸고 축제까지 행해지고 있는 점으로 볼때에, '춘향문화선양회'가 영화'방자전'을 통해 새로운 모습으로 등장한 춘향을 보고 놀랐을 심정은 충분히 이해가 된다.
어느 정도 예상을 하고 영화를 본 나도 춘향의 파격변신에 충격받았으니까.
영화 '방자전' 상영중지 요청한 춘향문화선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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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방자전'은 감독의 독창적 사고로 흥미롭게 비틀었다는 점에서는 꽤 기발한 영화일 뿐만 아니라 영상미까지 곁들어져 배경도 아름답게 잘 만들어진 영화로 보인다. 그리고 원작을 훼손하려는 의도로 만들어진 영화가 아님에는 틀림이 없다.
하지만 '방자전'에는 방자하게도 그동안 우리가 알고 있던 정숙한 춘향의 모습이 아닌, 전혀 다른 춘향이가 등장하기 때문에 '춘향문화선양회'에서는 불쾌감을 드러내며 상영중지 요청에 나선 것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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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록 신분은 다르지만, 같은 남자로써 아름다운 여인에게 마음이 끌리는 일은 어쩔수 없지 않은가. 몽룡도 방자도 동시에 춘향을 좋아할 수 있는 일이다. 그리고 은근히 남자로써 잘난척 하고 싶어하는 마음을 드러내는 것도 가능한 일이라 이 두남자를 나무랄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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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춘향이가 어떻게 그려지고 있느냐는 점이다.
귀엽고 청순한 이미지의 고운 한복빛깔로 순수이미지를 자아내고자 했건만, 그녀가 행한 발칙한 행동은 고운 시선으로 바라볼수 없는 황당함을 맛보게 한다.
영화 '방자전'을 통해 선보인, 보료신(베드신)도 꽤 파격적이라 충격적이지만 우리가 알고 있던 절개녀 춘향이를 두 남자 품에서 놀게 한 발상은 거슬릴 수 밖에 없다.
21C 젊은이들의 성문화가 예전보다 자유로운 사고를 지니게 되었다고는 하나, 사랑은 방자랑 하고 출세의 도구로는 몽룡의 상대로 동시에 두 남자 사이를 오가며 서약서까지 챙겨놓는 요염하고도 치밀한 춘향으로 연출함으로 요즘 젊은 여성의 순수하지 못한 연애에 대해 비판적 사고로 꼬집고 싶었는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해보게 되지만... 이 같은 발상은, 한 남자와의 사랑에 절개를 지킨 여인을 기리는 행사를 하는 쪽에서 보면 황당하고 불쾌하기 짝이 없는 문제로 보일 수 있는 소지가 있다.

김대우감독이 선보이는 작품세계에 흥미를 가진 관객은 물론, 춘향을 도대체 어떤식으로 포장했길래 춘향문화선양회에서는 상영중지 요청까지 하게 되었는지 궁금해하는 뜻밖의 관객(?)들까지 영화관으로 이끄는 홍보효과를 치름으로 인해 흥행에 성공할 것으로 보이는 영화,
우리야 관객으로써 흥미롭게 영화는 영화일뿐... 하는 맘으로 감상하면 그만이지만, 춘향문화선양회측에서는 열녀 춘향이가 어린나이에 순수하게 했던 사랑이 '방자전'으로 말미암아 둔갑됨이 불편할 수 밖에 없을 것임에 동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