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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TV

'수상한 삼형제', 복수의 화신으로 돌변한 태연희를 위한 변명

KBS2 수상한 삼형제
토, 일 19시 55분~

'수상한 삼형제'에서 친구의 남편을 넘본 태연희를 감싸고 싶은 마음은 추호도 없습니다만, 그녀가 왜 복수의 화신이 되었는지는 한번 짚어보고 싶네요. 극중의 돌싱녀 태연희와는 처지가 다르지만 애딸린 이혼녀로 살고 있는 지인에게 들은 심정을 빗대어 헤아려보고자 합니다.

유우부단한 태도를 보였던 현찰(오대규)이 연희(김애란)와의 예매모호한 관계청산을 확실하게 함으로 시청자들에게 통쾌감을 줬지만, 친구의 남편을 넘보는 나쁜년으로 욕을 먹으면서도 현찰에 대한 감정은 진심이었던 연희입장에서는 갑자기 돌변한 현찰로 인해 자존심에 상처를 입었기에 배신감에 치를 떨 상황으로 보였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불륜녀 연희는 복수의 화신으로 변했으며, 이런 빌미는 현찰이 제공했다고 연희입으로 밝혔습니다.

바람필 의사가 없었다면 연희(김애란)가 솔직한 감정을 고백했을 때 현찰(오대규)은 단호하게 거절했어야 했습니다. 연희가 이끄는 대로 순순히 응했던 현찰의 감정이 분명히 흔들렸음에도 불구하고, 육체적 관계가 없었다는 것으로 불륜을 의심하는 아내 우미(김희정)를 정신병자 취급하면서까지 사업을 핑계로 계속해서 연희를 옆에 두었던 현찰, 참 이기적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현찰에게 향하는 연희의 감정이 점점 더 노골적으로 짙어지고 있음을 알면서도 다음으로 미루면서 연희에게 희망을 주던 현찰은 연희가 받을 마음의 상처따위는 안중에도 없었습니다.
화가 난 연희가 거짓고백으로 우미의 신경을 건드리게 되고, 이에 돌변한 현찰은 우미가 보는 앞에서 뺨까지 때리는 강한 모습을 보입니다. 아무리 밉상녀 불륜녀 악녀로 욕을 먹지만 연희도 최소한의 지키고 싶은 자존심은 있는 것입니다. 연희의 이런 마음을 조금도 헤아리지 않은 현찰에 대해 앙심을 품었습니다.

아내 아닌 다른 여인에게 마음이 흔들렸던 잘못치고는 충격적일 만큼 너무 값비싼 댓가를 치르게 된 현찰, 불쌍하면서도 통쾌했는데 이 통쾌감은 현찰이가 연희를 찾아가 뺨을 때릴때랑 강도가 비슷했습니다.
우미를 무시하는 연희와 맞장구를 쳤던 현찰이었기에 저는 현찰도 못마땅하게 여기고 있었거든요. 우미가 둘사이를 의심할 때마다 연희없으면 사업이 안된다고 언성을 높이던 현찰의 무능이 정말 꼴보기 싫었습니다. 결국에는 연희없이도 찜질방운영을 하겠다며 그만둬달라는 부탁을 하는 현찰을 바라보는 연희입장에서는 사업파트너로써 이용당했다는 분노를 느꼈을 것입니다. 
우미가 연희를 찜질방에서 내보내라고 사정할 때는 들은척도 안했던 현찰이가, 아내의 부재로 집안꼴이 엉망이 되는 것을 보고서야 정신을 차리게 되었다는 설정이 좀 억지스러워 어이가 없었지만, 그래도 현찰이 제 자리로 돌아오려는 노력을 보여서 좋았는데 결국 연희한테 당하고 마는군요. 한때나마 자신의 감정과 일치했던 남자의 돌변을 연희는 받아들이기 쉽지 않았을 것입니다. 더구나 우미가 보는 앞에서 뺨까지 맞았으니...
관계정리를 확실하게 하고자 했던 현찰의 결단을 보며 시청자입장에서는 연희가 빰맞는 것이 통쾌한 장면이긴 했으나 동시에 황당한 느낌을 줬던 장면이었는데, 당한 당사자인 연희입장은 어떻겠습니까. 저는 이 장면을 보면서 첨엔 착각했습니다.
 '우미를 안심시키기 위한 현찰의 거짓쇼구나'
라고 말입니다.

돌싱녀로써의 자존심에 상처를 입은 연희가 곱게 물러나지 않을 거라는 예감을 했지만 그래도 잠잠해지길 바랐는데, 역시 '수삼'의 작가는 이 부분을 그냥 지나치지 않는 날카로움을 보여줌으로써, 현찰이 돌싱녀인 연희의 감정을 농락한 댓가를 치르게 하더군요.
남자 입장에서는 돌싱녀를 편하게 생각하는지 모르지만, 돌싱녀의 감정과 적극적인 태도를 섣불리 여겼다간 곤경에 빠질 수 있음을 수삼의 연희를 통해 보여주고자 작가가 필에 힘을 실었더군요. 유부녀와 돌싱녀의 심리를 동시에 너무나 잘 알고 있는 것 같아요^^

돈이라면 벌벌 떠는 현찰이 하는 사업을 너무나 잘 알고 있는 연희가 현찰에게 복수하기 위해, 박사기를 끌어들여 찜질방과 주유소를 박사기소유로 만들고 맙니다. 하루아침에 자신도 모르게 사업체가 남의 손에 넘어갔으니 얼마나 충격적이겠습니까?
'여자가 한을 품으면 오뉴월에도 서리가 내린다'를 연희가 확실하게 보여주려 아주 냉정하게 변한 모습으로 현찰에게 불리한 증언을 합니다. 누구의 말이 맞는지 수사진행을 통해 연희와 박사장이 짠 사기극이었다는 것이 밝혀지긴 하겠지만, 연희의 변심에 타격을 받은 현찰과 우미부부는 어떤 변화를 겪으며 더 견고한 부부로 거듭나게 할지 작가의 상상력이 기대됩니다.

나쁜년이라고 욕을 먹지만 김현찰을 바라보는 태연희의 마음은 사랑이었습니다. 이 사실을 현찰도 압니다. 연희의 사랑이 지고지순한 사랑이 아니었을 뿐이지 분명 사랑이었음을 알았고, 또한 침범할 틈을 줬기에 연희가 더 적극적으로 변했고 상처를 입었습니다.
연희의 감정이 부담스러웠다면 현찰은 연희의 감정이 더 이상 발전하지 않도록 싹을 잘랐어야 했는데 현찰은 그것을 통제하지 않은 잘못이 있습니다.
연희는 연희대로, 현찰은 현찰대로 자기식으로 이기적인 판단을 했던 것입니다. 친구남편을 넘보게 되는 감정을 드러낸 연희는 욕먹어 마땅합니다. 이때 현찰이 확실한 입장을 밝혔어야 했습니다. 그랬다면 연희는 자신의 감정을 추스리기 위해 노력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연희와 우미사이에 양다리 걸친듯한 아리송한 태도를 취함으로써 시청자의 원성을 사면서도, 자신(연희)을 감싸줬던 현찰이었기에 철떡같이 믿었던 연희입장에서는 현찰의 돌변이 당황스러웠을 테고, 자신의 감정을 하찮게 여긴 현찰에 대한 실망감과 배신감으로 상처를 입었다는 피해의식이 돌싱녀이기 때문에 더 크게 느껴졌을 수도 있을 것입니다.
현찰은 연희의 이런 마음을 제대로 치유해
주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감정을 주체못해 현찰을 떠나려는 연희를 도리어 붙잡았던 현찰이었기에 그의 변심을 연희는 받아들이기 무척 힘들었을 것입니다.
연희의 이같은 마음은 이해되나, 그렇다고 복수의 날을 세우다니... 연희는 맡은 악역을 철저하게 실행함으로 더 많은 욕을 먹은 후 자신의 어리석음에 대해 후회할테지요.

아내나 연희나 여자의 마음을 제대로 헤아릴 줄도 모르면서 잠시나마 양다리 걸친 태도로 인해 욕을 먹던 현찰, 연희의 복수로 인해 동정표를 얻게 되었지만 자신의 유우부단했던 행동에 대해 진심으로 깊이 반성하고 연희에게 무릎꿇은 우미에게 진정한 행복을 느끼게 하는 남편으로 거듭났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