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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다한생각

먼저 입대한 아들친구들이 아들에게 보낸 편지를 읽다가...

바쁜 일정으로 인해 미처 짐을 챙기지도 못한채 입대한 아들대신에 객지의 원룸에
휴일날, 짐을 챙기러 다녀왔습니다.
깔끔하게 잘 담긴 옷박스와 미처 챙기지 못한 살림살이를 보노라니 녀석의 바빴던
마지막날이 떠올라 울컥했습니다. 남편의 차에 짐을 다 옮긴 후, 건물주인을 만나
마지막달의 전기세를 정산하고 그동안 보살펴준 은혜에 감사인사를 나눈후 그곳을
떠나왔습니다.

집으로 옮겨진 아들의 짐을 새로 정리하던 중, 아들이 모아둔 편지함을 보게 되었고
짐정리도 마치지 않은채, 궁금하여 그 편지를 읽게 되었는데 편지를 보낸 주인공은
아들보다 먼저 입대한 아들친구들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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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이나 딸, 그리고 제 주변의 이웃은 저를 엄청나게 강한 아줌마로 알고 있지만 사실은 요즘에 저 혼자만의 시간에는 내내 울보가 되어 눈물로 눈청소 잘하고 있습니다.

군생활과 대학생활의 차이점부터 시작해서 보고싶다, 그립다, 답장해라, 힘들지만 너희들 생각하며 잘 버티고 있다...등등... 저를 눈물나게 한 내용은 녀석들의 힘든마음을 친구에게는 실토하면서 부모님께는 "괜찮습니다. 잘지냅니다. 걱정하지마십시요..." 로 안심시켜드리고 휴가나와서 친구들을 만났을 때는 180도로 바뀌어 어리광을 피우기도 하고 내내 군생활이야기만 했던 자신을 되돌아보면서 미안하다고도 하고, 먼저 입대한 선배로써 약간의 어름장을 놓기도 하는... 녀석들의 솔직한 심정을 대하노라니 이제 훈련소생활을 시작한 아들도 친구들이 겪은 절차를 밟으며 얼마나 대학생활이 그립고 친구들이 그리울지를 상상하면서 오전에 저 혼자있는 시간에 참 많이도 울었네요. 결국은 다 정리하고 못하고 오늘에서야 마쳤습니다. 자취한 녀석의 살림살이는 씻어 말려서 다 정리했지만 옷가지는 다시금 다 빨아서 새로 정리하려고 세탁기를 몇번 돌리고도 아직 일을 남겨두고 블로그에 마음을 정리합니다.

녀석들의 갇힌 생활에서 보내는 신호의 공통점은 대체로 한결같은 내용입니다.
배가 고프다.. 충분히 먹었는데도 배가 고프다 그리고 답장 좀 해라. 편지 좀 보내라. 나는 절대로 어느선배처럼 군대이야기와 편지쓰라는 부탁같은 것은 절대로 안하리라 다짐했는데 ㅎㅎㅎ 막상 군생활을 해보니 그 선배가 왜 그랬는지 이해가 된다...너도 군생활해보면 알게 될거다. 누구 주소 좀 가르쳐달라... 내용을 통해보면 제 아들이나 군에 가지 않은 주변친구들이 참 어지간히도 답장을 안했나 봅니다. 그 애타는 심정을 느낄 수 있어 더 안타깝게 여겨졌으며 우리학창시절에 왜 시도때도 없이 국군아저씨께...로 시작하는 위문편지를 보내야만 했는지 확실하게 더 간절하게 느낄 수가 있었습니다. 이제 우리아들을 마지막으로 다들 입대했습니다. 일년 먼저간 친구는 우리아들보다 일년 먼저 제대하여 아들에게 편지를 잘해주려나^^ 엉뚱한 생각을 해봅니다.

녀석들의 한결같은 배고픔의 호소.
어느시기가 지나니까 이 호소에서 벗어나면서 편지도 뜸해짐을 느꼈습니다. 서서히 군인아저씨가 되고 있음을 알리는 글과 함께... 마음이 허하면 아무리 먹어도 허기가 지는 그 느낌, 저도 결혼초에 낯설은 시댁에서 몇달간 경험해봐서 쪼꿈 알기에 녀석들의 하소연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아 또 눈물...
이제 울 아들이 배고픔과 편지에 목빼고 호소할 때가 되었군요. 친구들은 다 입대한 상태라 엄마인 저라도 열심히 편지쓰리라 다짐하는데... 글쎄요. 울아들의 편지를 몇통이나 받을 수 있을지.흐흐흐... 사복과 함께 배달된 첫편지에서 예고했거든요. 훈련소기간이 끝나 편지쓸 수 있을 때는 혹시라도 집으로 편지가 가지않더라도 서운해하지 마시고 이해해달라는 아들의 애교(?)가 있었거든요.
이 시기에 참 다행스럽고 감사한 것은 입대하기 전에 애인같은 여자친구를 만들어놓고 갔다는 것입니다. 먼저 군에 입대한 친구의 편지에서 여자친구를 편하게 해준답시고 이별하고 입대한 것을 매우 후회하노라고... 나중에 우찌될지 모르는 미래지만 여자친구랑 헤어지지 말고 입대하라는 친구의 충고를 우리아들은 새겼나 봅니다.

토토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