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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돈의교육

등교시간에 우리딸이 학교명물이 된 이유

제가 중.고등학교 다닐적에는 웬만한 거리(40분)의 학생들은 대부분 걸어서 학교를 다녔고 더 먼거리인 경우는 버스를 이용했습니다.
간혹 어떤 아이가 지각하지 않으려는 마음에 자가용(이 당시 자가용이 있는 집 아이라면 아주 부자였죠^^)이나 택시로 등교를 하다가, 교문앞에서 지켜보시던 선생님의 시선을 받을 경우, 아침에 좀 서둘러 대중교통인 버스를 이용하라는 훈계를 받았고, 같은 동네 친구들끼리 버스비를 모아서 바쁜 등교시간에 택시를 함께 이용하게 될 경우에는 교문에서 좀 떨어진 곳에 내린 후 걸어서 등교하기도 했던 시절이었습니다만.

요즘에는 각 가정마다 대부분 승용차를 이용하여 중,고교생 자녀를 등하교시키는 경우가 흔하다보니 오히려 버스나, 걸어서 등교하는 아이들이 눈에 띄나 봅니다.
아들도 그랬고, 딸도 마찬가지로 걸어서 등하교를 합니다. 아들은 학교가 40분 거리였는데, 고3때는 뛰다 걷다를 반복하며 15분만에 도착하기도 했다는군요. 늦은시간에 하교하면서도 불평없이 걸어서 잘 다닌 우리아들을 지켜본 이웃 엄마의 눈에는 구식으로 키우는 울아들의 엄마가 도대체 누군지 궁금했을 정도로 그렇게 안쓰러워 보였노라고 졸업후 전하더군요.

고3된 우리딸은 15분거리(단축된 시간)에 학교가 있습니다. 당연히 걸어 다니지요. 하지만 이웃에 보면 부모님이 책임을 지고 등하교를 시키는 가정이 많아서 딸아이에게 제가 눈치가 보여서
 "딸~ 우리아빠의 출퇴근시간은 고르지도 못하고 또 출근하시면 차가 너무 멀리 있어서 엄마가 등하교를 못시켜줘서 미안해."
 "괜찮아요. 오빠에 비하면 저는 학교도 가깝고, 또 가끔 엄마가 마중도 나오시잖아요."
이렇게 대답하지만 그래도 지치고 힘들때에는 부모님의 승용차로 편하게 하교하는 친구를 부러워함을 알기에 아주 아주 가끔이지만 남편이 시간날 때에는 승용차로 하교를 도와주려고 노력합니다.

며칠전, 울공부방에 새로 온 아이가 있습니다. 이 아이엄마와 자연스럽게 자녀이야기를 이어가던 중 아이누나 이야기를 하다가 같은 학교의 상급생인 울딸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나오게 되었습니다.
 "우리딸을 차에 태워 등하교를 돕노라면 같은시간대에 혼자서 늘 씩씩하게 잘 걸어다니는 여학생이 이 아파트에서 나오던데요. 혹시 그 여학생? 고3같던데요."
 "우리딸 맞을 겁니다. 우리딸 말이 항상 걸어다니는 사람은 자신뿐일거라고 하던걸로 봐서요.^^"
 "호리호리하게 생겼고..."
인상착의가 우리딸모습과 맞아떨어졌는데 결정적으로 우리딸임을 인정하게 된 것은.
교문앞에서의 모습이었습니다. 저는 본 적이 없지만 이 이야기는 제가 아는 다른 엄마의 눈을 통해서도 여러번 확인된 거라서^^

뭐냐면요?
딸은 별로 넉넉하지 않은 등교시간에 딱 맞춰서 교실까지 들어간답니다. 교문앞에서 등교를 지켜보시던 선생님께서
 "1분 남았다. 어서 뛰어 지각이다~!"
하고 소리치면 아이들은 무조건적으로 막 뛰어서 들어가는데 비해, 우리딸은 절대로 뛰지 않기로 소문이 나고 있었던 것입니다.
 "야~ 넌 왜 안뛰어?"
선생님의 물음에 피시시 웃으며
 "걸어가도 지각아닌데요."
 "......"
보는 사람이 오히려 긴장하고 초조함을 느낄 정도로 딸은 자신의 페이스대로 걷는답니다.
교실까지 들어가면 딱 지각으로 넘어가기 전 시간이 된다는 우리딸 말에 의하면 손목시계를 믿고 초까지 계산하면서 걷는답니다. 그리고 만약에 늦을 것 같으면 좀 더 빠르게 걸으면 되는 것을 왜 아침부터 뛰어서 힘을 빼냐는 것입니다.
 "그래도 그렇지. 오죽하면 옆에서 보는 다른 엄마들이 불안함을 느끼나 본데 지각한 적 없니?"
 "한두번 있긴 있었어도 그건 제가 집에서 출발을 너무 늦게 했을때 뿐이예요."
 "그럴때는 뛰겠지?"
 "아뇨. 어차피 늦은 거 조금 더 빠르게 걸을 뿐이지 뛰지는 않아요."
 "등교시간이 아무리 촉박해도 너는 절대로 안뛰는 아이로 유명해진 거 아니?"
 "그걸 엄마가 어떻게 알아요?"
 "남들이 전하더라. 등교시키던 엄마들이 전하는데...아무리 바빠도 안뛰고 걷는 애가 있길래 신기해서 보니 너더라구.^^"
 "맞아요. 저예요^^"
 
우리딸을 아는 다른 엄마도,
제 딸인 줄 모르는 다른 엄마도,
학교 등교시간에 맞춰 차로 데려다주는 대부분의 엄마들 사이에, 우리딸에게 관심이 갖게 되었고 이후 모습도 익혀지고 있었던 것입니다.
 『아무리 촉박한 등교시간이라고 해도 절대로 뛰지않는 단 한명의 여학생으로...』

교문앞 차에서 내린 아이들도 무조건 뛰는 판국에 거리상 차보다 뒤임에도 불구하고 태연하게 걷고 있는 우리딸이 이상하게 보일 정도의 침착함에, 혀를 내두를 정도로 다른 학부모 눈에 익어가면서 학교의 명물이 된 딸의 등교시 모습입니다.

초등학창시절에는 호리호리한 몸매때문에 체조선수로 오해받을 만큼 가늘었던 딸이, 중.고교를 다니면서 학교뿐만 아니라 볼일이 있어 나가게 되는 시내중심지도 웬만하면 걸어서 다니는 관계로... 자녀들의 등하교를 차로 돕는 부모님을 둔 친구들보다 많이 걸어서 다리가 굵어졌다고 푸념을 늘어놓습니다.
어려서부터 성장통으로 가끔 다리가 아프다는 우리딸, 다리는 비록 좀 굵어지더라도 건강하게 성장했으면 좋겠습니다.

아이들 눈에는 체육시간외에는 안뛰는 여학생, 특히 등교시간에 아슬아슬한 지각시간을 다투면서도 절대로 뛰지 않는 이유로 엄마들 사이에 학교명물이 된 딸입니다.



덧붙임:(3/14)
우리딸의 이런 행동이 자랑스러워서 쓴 글이 아닙니다.
아침에 5분 더 일찍일어나면 여유로울 것인데, 엄마로써 아무리 애써도 고쳐지지 않는 딸의 행동을 꼬집고자 넋두리삼아 쓴 글이며, 과잉보호받는 요즘 아이들처럼 대하지 않는 저의 미안함과 또한 저의 반성글이기도 합니다. 자식은 부모의 뒷모습을 보고 자란다는데 말이죠...
그리고, 참고로 제가 사는 곳은 작은 도시로 웬만하면 부모님들이 통학을 돕는 환경입니다. 댓글보니 오해하시는 분이 계셔서 덧붙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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