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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다한생각

'난 이런 며느리 싫다'는 선배언니의 고민



예전에 비해 결혼이 늦거나 혹은 아예 결혼을 하지 않고 싱글로 살겠다는 젊은이가 늘어나고 있는 추세기도 하지만, 그래도 사랑하는 이성과 가정을 꾸리며 살고파 결혼을 서두는 젊은이가 많음은 예식장에 가보면 알수 있습니다.
알고 지내는 인생 선배언니들의 자녀 결혼식이 심심찮게 많아지고 있는 요즘, 비슷한 또래의 자녀를 둔 아줌마들의 화제는 자녀결혼에 관한 걱정과 기대가 주를 이루는 가운데, 지난 주말 예식이 있어서 참여했던 모임의 한 언니가 예식장을 빠져나오면서 시간이 허락되면 조용한 카페로 자리를 옮겨 이야기를 좀 더 나누기를 바라기에 동석하게 되었습니다.


한숨을 내쉬며 털어놓는 언니의 고민은, 아들이 원하는 배우자를 며느리로 받아들이는 데 꺼려져 갈등중이라는 것이었습니다.
서울부자에 비하면 보잘것 없겠지만 일반적인 우리네 살림과 비교하면 남부러울 것없는 집안이라 아들이 서울에서 직장생활하는 것을 안쓰럽게 여긴 언니는, 그동안 아들이 저축한 돈에 보태서 아들에게 집과 자동차를 장만해 줄 정도로 부족함이 없는 집안입니다.
더구나 아들은 직장도 남들이 부러워하는 곳에 근무하고 예의도 바를 뿐만 아니라 외모도 준수하여 일반인이 보기에는 일등신랑감으로 꼽을 수 있는 조건을 갖춘 아들이 소개하려는 여자친구는 보통의 서민인 우리들이 생각하는 수준(?)과 동떨어진 느낌을 풍기는 것이 가장 큰 원인이었습니다.
그래서 언니는 아들의 여자친구를 소개받는 것을 미루게 되었고, 그렇다고 반대했다가 나중에 원망이라도 듣게 될까봐서 염려하며, 꼭 인연이라면 어떤 난관에서도 극복후 결혼으로 이어질 것이고, 아니면 자연스럽게 헤어지리라는 느긋한 심정으로 변하게 된 이유를 나열하는데...
I.
부자집 무남독녀
요즘은 자녀를 하나 혹은 둘 정도이기 때문에 무남독녀까지는 감당이 되겠는데 경제적, 문화적차이로 느끼게 되는 이질감이 너무 거북하게 와닿는답니다.
머리에서 발끝까지 명품으로 둘러싼 아들의 여친입장에서는 아무렇지도 않은 것이지만 지방에 살고 있는 시어머니(언니)입장에서는 쳐다보는 것만으로도 부담스러울 만큼 경제적 이질감이 클 뿐만 아니라, 환경과 경험에서 오는 문화적 차이도 감내하기에는 벅찰 것 같음이 실제로 만나지 않았고 아들을 통해 이야기듣는 것만으로도 미리부터 기죽는 자신(언니)이 싫다는 점입니다.
ㅣ. 결혼조건 요구사항
만약에 결혼을 하게 된다면 장모가 될 사람이 은근히 아들에게 흘리는 요구사항에는, 아들이 살고 있는 아파트를 팔고서 처가집과 가까운 곳으로 이사하면 좋겠다는 뜻을 비치는 점입니다.
동네가 다르므로 집값차이가 엄청나다는 점이 부담스러울 뿐만 아니라, 자신들이 원하는 동네의 아파트를 구입하는데 비용이 얼마가 더 지출되던지 간에 똑같이 반반부담도 아닌, 남자부담의 반에 해당하는 반의 반을 부담하겠다는 희한한 돈자랑과 강요(?)가 은근히 기분을 상하게 한답니다.
ㅣ. 아들의 변심
'아내가 좋으면 처가집 말뚝보고 절한다'는 옛말도 있긴 하지만 이렇게 현실이 될줄은 몰랐다면서, 여자친구에게 푹빠진 아들은 이미 처가식구가 된 것처럼 하는 발언들이 영~ 못마땅해서 언니는 아들의 변심에 분개합니다.
*그동안 엄마가 해온
머리스타일이나 옷입는 스타일과 메이커에 관심을 보이는 아들은 은근히 엄마의 변신을 바라는 발언을 할 뿐만 아니라,
*여자친구를 집으로 데려와 부모님께 소개시키려 하면서도 주저하는 이유를 눈치챌 수 있었는데, 부모님이 살고 계신 현재의 집을 여자친구에게 보여주는 것이 꺼려지는지 아들이 자꾸만 넓은 집으로 이사가기를 바라는 마음을 내비추는 점입니다.
3년 후에 남편이 퇴직하면 예쁜집 지어서 이사하려는 계획이 있는 언니로써는 참으로 속상하답니다. 며느리 인사받자고 왜 구태여 이사를 반복해야하느냐며 살고 있는 모습 그대로 보여주기를 꺼리는 아들의 변심이 얄밉다고 하면서, 집지어서 이사가기 전까지 장가가는 것을 미루라고 했다는 말에 우리는 맞장구치며 웃었지만 씁쓸했습니다. 그리고 다행스러운 것은, 언니에게도 딸이 있다는 점입니다. 아들의 변심을 딸에게 위로받을 수 있기에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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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 둔 부모입장에서는, '보리 서말이면 처가살이 안시킨다'는 뿌리깊은 사상이 그대로 전수되고 있는 반면, 현사회는 '처가집과 화장실은 가까워야 좋다'는 사고방식이 더 현실적으로 와닿습니다. 그리고 아무리 사랑이 우선인 결혼이라고 하지만 조건과 요구사항을 드러내는 솔직함이 당황스럽기도 하구요.
객지에서 아들이 사회생활을 하게 되고 처가집과 가까우면 자연스레 그리고 당연히 처가집의 아들로써 아니, 지나치면 머슴이 될수도 있다며 속상한 심정을 토로하는 선배언니는, 조건 따지지 않고 평범하게 사랑하여 결혼했던 자신의 옛시절을 떠올리면서도 아들의 사랑을 이해못하는 것처럼 아들을 원망하는 언니마음을 헤아려보았습니다.
공주같은 며느리-곱게 자랐으니 일은 못한다고 하더라도 본가행사에 제대로 참여하겠느냐는 의문?
명품만 아는 며느리-대도시에서 윤택하게 사는 부잣집 눈높이에선 자연스런 상표겠지만, 지방에서 아무리 부자로 살고 있지만 검소한 시어머니입장에서는 한두개정도 소지하는 귀한 물건으로 여기기에 두려울 수 밖에 없을 것입니다.
맹하고 눈치없는 며느리-여자친구를 몇번 봤던 여동생의 소감에 의하면, 나이에 비해 유치할 정도로 어리광을 피울뿐 아니라, 남매가 살고 있는 아파트에 놀러와서 음식을 시켜먹은 후 뒷자리를 치우지도 않고, 상대방 입장을 배려할 줄 모르고 떼를 쓰는 모습에 경악했다고 합니다.  
친정엄마의 입김이 센 며느리-결혼해서 살다가 딸부부가 자진해서 아파트를 친정과 가까운 곳으로  옮기는 것은 몰라도, 미리부터 결혼조건으로 아파트를 자신의 동네로 옮길 것을 권하는 미래의 장모(?)에게 아들이 기가 죽을 것 같아서 못마땅할 뿐만 아니라, 결혼도 하기전부터 은근히 압력을 가하는데 결혼후에는 더 심해지지 않겠냐며 선배언니는 걱정을 합니다.

능력있는 부모가 해줄수 있으면 좋은 일이고 자녀로써는 감사할 일로, 우리때처럼 해주면 감사하고 안해줘도 할 수 없는 그런 생각이 아니라 아예 드러내놓고 요구하는 것이 몹시 언짢다는 것입니다.

젊은 남녀의 결혼이 둘만의 결합이 아닌, 집안과 집안과의 결합과도 같으니 이왕이면 자녀도 좋고 사돈끼리도 좋은 화합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이해가 쉬운 비슷한 환경의 비슷한 집안끼리 사돈맺기를 바라는 소박한 꿈을 꾸는 선배언니의 갈등이 남의 일같지 않아 제 머리도 복잡했습니다.
먼훗날 저도 우리아들이 혹은 딸이 어떤 고민을 안겨줄지 모르기 때문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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