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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다한생각

택시기사님은 어떤 승객을 가장 좋아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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척추교정을 위해 매일 활법원에 다니고 있는 요즘, 갈때는 택시, 돌아올 땐 걸어서 귀가하면서 다양한 기사분을 접하게 됩니다.
어제는, 오전에 탄 택시에서 담배냄새가 너무 심하게 났습니다. 그래서 창문을 내리면서
 "아저씨, 담배냄새가 참 많이 나네요^^"
했더니
 "죄송합니다. 손님, 하도 속이 상해서 제가 피워서 그렇습니다. 미처 환기를 시키지 못했습니다."
 "아 예."
뭐 달리 할 말도 없고해서 창밖을 보고 있는데, 기사분이
 "많이 납니까?"
하고 묻습니다. 맘에 걸렸던 모양입니다.
 "좀 나는데... 뭐 참을만 합니다."
 "이해해주세요. 조금 전에 손님 한분을 태웠는데 어찌나 열받게 하는지..."
 "......"
혼잣말인지 저보고 들으라고 하는 말인지 모르겠지만, 아저씨는 참고 있던 화를 풀고 싶었는지 이야기를 계속합니다.
오전이라 전혀 예상치 못했는데(취객), 남자손님이 택시를 타자마자 욕을 하기 시작하더랍니다. 입에서는 뜻밖에도 술냄새가 고약하게 풍기고...
 '잘못 태웠구나.'
하고 후회했지만 이미 늦은 상황... 속이 상해서 누군가에게 욕을 하나 보다 생각하고, 점잖은 손님이길 바랐답니다.
 '뭐가 그리 속상한 일이 있었기에 아침부터 술을 마셨을까?'
속으로 생각하고 대꾸없이 운전을 하고 있는데, 다짜고짜로 욕을 한 손님은 자기말이 말같지 않냐면서 더 심한 욕설을 하면서 갑자기 뒤에서 택시기사분을 때리더라는 것입니다. 너무 황당하여 운전중임에도 불구하고 같이 욕설을 주고 받다가 중간에 차를 세우고 내리라고 화를 냈답니다. 그런데도 취객은 택시에서 내릴 생각은 않고, 고객을 원하는 데까지 모셔다 주지 않는다며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회사에 전화해서 당장 자르라고 한다면서 협박을 하면서도 횡설수설하는 바람에 스트레스를 받았다고 합니다.
 "아저씨, 그래서 그 취객은 내렸나요?"
제가 물었습니다. 아저씨의 열변에 가만히 있자니 미안하기도 해서.
 "내릴리가 있나요. 목적지까지 가자고 도리어 큰소리 치지요."
 "어떻게 했어요?"
 "목적지까지 데려다 줘도 그런 놈한테는 택시요금 못받아요. 제가 억지로 끌어 내렸어요. 술을 마시려면 곱게 쳐마셔야지 그런 놈을 태우면 괜히 우리만 고생하기 때문에 웬만하면 취객은 안태우려고 하는데... 밤도, 새벽도, 아니고 오전에 그런 놈을 만나다니..."
세상에 쉬운 직업이 어디 있겠습니까마는, 손님이랍시고 택시기사분한테 함부로 대하는 사람이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몇가지 물어보았습니다.
 "아저씨, 일을 하시다보면 좋은 손님과 싫은 손님이 있겠네요?"
 "예 당연히 있지요."

저랑 대화를 나눈 택시기사분의 개인적 입장입니다.
좋은 손님
* 팁많이 주는 사람.

대부분의 경우, 적당히 취해서 남자손님과 함께 탄 아가씨랍니다. 목적지에 닿아 요금을 내려는 남자에게 만원짜리를 택시요금으로 그냥 내라고 한답니다. 거스름돈은 당연히 못받도록 아가씨가 한마디 던져 택시기사분의 팁이 된답니다.
 "남자가 째째하게."
이런 말 듣고, 아가씨앞에서 거스름돈 챙길 남자 없겠지요.
가장 피하고 싶은 손님
* 술취해서 비틀거리며 택시를 기다리고 있는 사람.

밤에 혹은 새벽에 술취한 손님을 제일 꺼리게 되는데... 비틀거림이 느껴지면 안태우고 지나치면 되는데, 간혹 안취한 것처럼 멀쩡하게 서서 택시를 향해 손짓하는 손님에게는 속을 수 밖에 없답니다. 점잖은 손님도 많지만, 여자던 남자던 간에 비틀거릴 정도로 술을 마셨다하면 곱게 가는 법이 없답니다.
욕을 하던가 반말로 폭언을 하던가, 어떤 경우 울기도 하고 토하기도 하고 등등...
택시를 타자마자 손님에게서 술냄새가 나면, 택시기사분은 무조건적으로 긴장하게 된다면서 취객을 가장 꺼리는 손님으로 꼽았습니다.
황당한 손님
* 택시기사를 성적으로 꼬시는 사람.

상상밖의 이야기라 듣노라니 제 얼굴이 붉어지더군요. 아가씬지 아줌만지 아리송한 여자중에는 택시기사분을 유혹하기도 한답니다. 어떤 경우, 하루 일당을 다 줄테니 함께 있어(?) 달라는 황당한 손님도 있답니다.

택시를 이용하는 승객입장에서 좋은 기사님과 싫은 기사님이 있듯이(승객입장에선 어떤 택시기사님이 좋을까요?), 택시기사님 입장에서도 골라 태우고 싶은 좋은 승객과, 일부러라도 피하고 싶은 불량승객이 있음을 알수 있었습니다.
팁? 척추치료차 어쩔 수 없이 택시를 이용하게 된 저는, 한푼이라도 아껴야 하기 때문에 잔돈을 꼭 챙겨받는 아줌마입니다. 승객으로써 인기는 없겠지만, 피하고 싶은 승객이 아니기에 다행입니다.

아침부터 취객한테 시달렸던 택시기사분은 하루 일진이 좋지 않을까봐 가라앉은 기분을 해소코저 담배로 마음을 달랬던 것입니다. 담배냄새 피우는 택시는 싫지만, 기사분의 애환을 이해하며, 저는 어떤 승객인지 되돌아보게 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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