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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TV

실컷웃고 살짝 허무감이 들었던 영화 '7급공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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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에 이 영화를 봤습니다. 고3인 딸도 보고싶다고 해서 놀토에도 학교가서 자율학습해야하는 답답함을 덜어주고파^^
 '세상에 이런 날라리 고3엄마는 없을거야.'
라는 생각을 하면서도 아들이 고3시절때는 한치의 여유도 없었던 제가 너그러운척 했습니다.ㅋㅋㅋ

실컷 웃고 영화관을 나서면서 울딸이 물었습니다.
 "엄마, 참 재밌게 봤는데 '과속스캔들'이 더 웃겨요? 이 영화가 더 웃겨요?"
 "아~ 그러고 보니 네가 '과속스캔들'은 안봤구나. 이 영화도 웃기지만, 엄마는 과속스캔들이 더 좋은 거 같아. 기회되면 너도 봐. 사람마다 느낌이 다르니까"

그랬습니다. 저는 더 웃기고 덜 웃기고를 떠나서 과속스캔들이 더 좋았습니다.
먼저 올라온 리뷰보고 기대하면? 영화감상에 지장을 받는 저로써는 리뷰를 일절 보지 않았지만, 그래도 코믹한 영화라는 것은 알고 있었기에 12세이상 관람가 등급으로 딸과 동행했던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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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생을 동반한 가족단위 관객들이 꽤 있었기에 관계를 회복하자는 연인들의 재회장면이 거슬렸던 구세대이기도 합니다.
우리나라의 요즘 청춘남녀가 생각하는 성개념이 바뀌고 있는 중이라고 해도, 혼전관계에 대해서 보수적인 생각을 하고 있는 저로써는 짧은 장면이었지만 민망스러웠습니다. 곧이어 웃음거리가 또 생길거라는 예상을 하면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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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소재가, 신분노출을 꺼리는 국가정보원의 활동인지라 약간의 긴장감과 진지함도 있었지만, 영화를 보면서 진지모드로 가지 않도록 감독이 철저하게 관객들을 의식하고 웃음을 유발시키기 위해 무척 노력을 기울였다는 느낌이 팍팍 들어서 나중엔 실소가 나올 정도로 웃음꽃을 피우는 이 영화는, 코믹으로 철저하게 포장한 탓인지 영화관을 나설 때에는 머리속에 남는 내용은 거의 없고 그저 열심히 웃었다는 것밖에... 저는 살짝 허무함을 느꼈습니다.

과학의 발달수준에 잠깐 신기하고 놀랍기도 했으나 곧 터지는 웃음으로 인해서 진지할 틈도 없거니와 생각하고 말고 할 거리도 없습니다. 그냥 웃으면 됩니다. 시도때도없이 웃음으로 인도하는 지뢰가 박혀있으니 아무생각없이 화면과 대사에 자신을 맡기면 무조건 웃게 됩니다.
그렇다고 기대는 너무 하지 마십시요.
무조건 웃겨
그렇게 웃긴 영화야
하고 기대하면 혹시 실망할지도 모릅니다. 아무래도 느낌은 사람마다 다를테고, 제가 느낀 점을 올리고 있으니까요^^

제 뒤에 앉아서 영화를 보시던 어떤 남성분은 영화관의 사람들이 마냥 웃고 있는데도, 짜증섞인 툴툴거림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바람에 웃으면서도 맘이 쓰였습니다. 그분, 그래도 끝까지 자리를 지키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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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친구의 잦은 거짓말에 염증을 느끼고 돌연 유학을 떠나버린 재준(강지환)이 러시아에서 3년간 교육받은 국가정보원이 되어 귀국했습니다.
'용맹스러운 호랑이'란 뜻을 가진 '하리마오'팀에 배치된 신참직원(강지환)이 긴장된 모습으로 출근한 첫날의 모습과, 신참직원을 못마땅히 여기며 체크하는 과장님(류승룡)의 팽팽한 신경전은, 너무 자연스럽게 다가와서 배우 김승우씨처럼 보이는 인상에 착각증세를 일으키며 과장님으로 등장한 배우에 호기심이 쏠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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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류승룡
조연으로 많은 작품을 했더군요. 기억을 더듬노라니 '천년학'에서도, '미인도'에서도 공통적인 느낌은 꽤 무게감있는 진지모드라는 것입니다. 이런 사람이 '7급공무원'에 직장상사로 등장하여 꾸밈없이 내뱉는 대사로 관객들에게 아주 자연스런 웃음을 유발시킵니다.
무조건! 열심히! 임무수행하려고 발벗고 나서는 부하직원(재준/강지환)과 얽히며 곤란도 겪지만 그 와중에 웃음을 선사하며 애정있는 상사임을 보여줍니다.

이 영화는 주연, 조연할 것없이 힘든 시기를 견디는 우리들의 팍팍한 삶에 잠시나마 웃음을 주고자 감독의 지휘아래 다함께 총력을 기울인 듯한 영화로 느껴집니다.
코믹영화? 진지한 첩보영화? 글쎄요???
진지모드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절대로 이 영화보면 안됩니다.
그리고 감상 중에 코믹함을 느끼고 웃던?, 말던?
혹은 예상된 듯한 웃음지뢰를 먼저 눈치채고 시시하게 여기던 간에 감상의 몫은 아시죠?
모두 관객의 몫이라는 거!!!
 
주인공으로 나오는 배우 강지환과 김하늘의 목소리도 행동못지 않게 웃기는 데 한몫을 합니다.
저 개인적인, 선입견으로 김하늘씨 목소리는 막힌듯한 비음으로 국가정보원으로 보기에는 무리가 따르지만, 이 또한 전혀 어울리지 않은 언밸런스로 웃음을 주더군요.
선입견을 갖게 되는 국가정보원이란 사람에 대한 신비감을 벗겨주는데 일조를 하여, 우리 주변 가까이에 어쩌면 국가정보원인 사람이 살고 있다는 생각을 가져보게 됩니다.

생화학무기 바이러스를 개발한 과학자가 다른 나라에 팔아서 개인적인 부를 선택하고자 하는 등등...
신기할 정도의 소재라, 개인적으로 진지해져 보려해도 또 웃게 만들어버리는... 그런 영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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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으로 수원화성이 배경이 된 장면을 보며, 작년에 다녀왔던 기억이 나서 보는 즐거움이 되기도 했습니다.

우리가 아는 배우가 첩보원이라는 것이 마음에 와 닿지 않은 점도 있겠지만, 영화를 보는 내내 부딪히는 상황자체에 깔아놓은 웃음지뢰로 말미암아 절대로 진지해지지 않았던 영화입니다.

저보다는 울딸이 많이 즐기고 유쾌하게 웃었던 영화이며, '동갑내기 과외하기'에서 동갑내기 제자에게 휘둘리던 김하늘이 아닌, 당당한 미모와 더불어 맡은 배역의 강한 이미지로 인해서 한층 빛나는 김하늘이 보기 좋았습니다.
 
추천?
글쎄요. 영화를 그저 영화로 보고 감독의 의도에 흔쾌히 동참하고 싶으시다면 유쾌, 상쾌, 명쾌하게 실컷 웃을 수 있는 영화입니다.